"AI·원격의료로 한국형 디지털 헬스 선도하겠다"
“디지털 헬스를 포함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유전체, 재생의학, 원격의료 등은 서울대병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뛰어들어야 할 분야입니다. 서울대병원이 미래 한국형 디지털 의료를 선도하겠습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이병원부터 디지털 헬스 시스템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임기를 시작한 그는 취임 첫 공식 행사를 통해 디지털 헬스를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서울대병원이 미래 의료를 이끌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원장은 취임 후 1~2년간 미래 어린이병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어린이병원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디지털 헬스 서비스를 위해선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인이 된 뒤 질환에 걸려 노화하는 과정을 담은 종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병원은 이런 종적 데이터를 쌓는 데 상당히 유리하다”고 했다.

어린이병원에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 삼아 신생아 진단·치료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2027년 문 여는 배곧서울대병원을 스마트병원으로 조성하는 등 다른 병원에도 디지털 헬스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기진단, 맞춤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 치료에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국립교통재활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산하병원까지 순차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넓혀나간다. 장기적으론 디지털 헬스 기반 의료 모델을 수출하는 게 목표다.

원격의료 서비스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의료진이 우려한 것은 정확도와 기술성”이라며 “5G(5세대) 통신망이 구축돼 고해상도 의료용 이미지 송출이 가능해졌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격진료 수준도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환자 진료상 안전하고 정확도에 문제가 없다면 진출해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이 (원격의료 서비스에) 뒤처져선 안 되고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병원에서 흉부외과 과장을 지냈다. 흉부외과는 젊은 의사들이 전공을 꺼리는 대표 기피과 중 하나다. 그는 “과거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의료분쟁 우려, 격무, 낮은 보수 등 현실적 부분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이런 소중한 꿈을 서울대병원이 지켜주겠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1996년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며 폐암센터장, 중환자진료부장,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장 등을 지낸 폐 수술 권위자다. 지난해 5월 김연수 전 원장 임기가 끝난 지 9개월 만에 신임 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병원 역사상 가장 많은 11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김 원장은 폐암 환자를 수술하면서 2000년 이후 5000건 넘게 조직을 확보해 ‘폐암 조직은행’을 세웠다. 이를 활용해 세계 처음으로 특정 폐암 융합유전자(KIF5B-RET Fusion)를 발견했다. 당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과 함께 연구한 결과물은 2013년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그는 2017년 국내 처음으로 2세가 안 된 영유아 폐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뇌사자 폐를 기증받아도 영유아에게 이식하려면 절제가 필요해 이전까진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다.

김 원장의 부친은 국내 심장 판막수술을 개척한 김종환 전 서울대 교수다. 대를 이어 흉부외과를 지키고 있다. 김 전 교수는 1988년 7월부터 1992년 7월까지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학교실 주임교수를 지냈다. 김 원장은 2018년 7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같은 보직으로 근무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