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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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하락으로 내림세를 타던 은행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 발행액을 대폭 늘리면서 대출금리 지표로 쓰이는 은행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권하면서도 향후 대출 갈아타기 등을 계획하고 있다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채 발행량 ‘껑충’

은행채 물량 급증…주담대 금리 다시 뛰나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25일) 국내 하루 평균 은행채 발행액은 약 4432억원으로 전달보다 138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 월간 발행 한도를 같은 달 만기 물량의 100%에서 125%로 확대하면서다. 채권 금리가 내려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연 5.276~5.285%까지 치솟았던 은행채(무보증·AAA) 5년 만기 금리는 이달 24일 기준 연 3.889~3.894%로 내려와 은행들의 발행 부담이 줄었다.

은행채 만기 물량도 크게 늘어 발행량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물량은 약 62조8611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 1분기(48조7008억원) 대비 약 30% 증가했다. 만기 도래 물량 수준으로만 발행한다고 해도 최소 2분기까지 발행량이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채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늘어난 발행량이 시장 수요보다 많으면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은행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함께 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은행들은 자체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금리를 인하했지만 지표금리는 은행이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한전채 등 우량 채권 발행량이 증가하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전채 발행 규모는 올 1분기에만 8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늦어져 채권 발행 외에 적자를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전채는 우량 채권 중에서도 초저위험 우량채로 분류돼 자금시장 수요가 많다. 늘어난 한전채에 수요가 쏠리면 은행채 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정금리 선호도 높아

올 들어 차입자들의 고정형 대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차주 중 지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고정금리를 선택한 비중은 48.3%로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높아졌다. 시중은행에서도 신규 차주의 절반 이상이 고정형을 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고정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오경석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우선 고정형으로 받고 추후 변동금리가 낮아질 때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내 기준금리가 하락 전환해 변동금리가 떨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대출기간이 10년을 웃도는 주담대 특성상 변동형을 선택해도 무리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주담대는 장기적인 금리 하락을 예상해야 한다”며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바뀌는 분위기인 만큼 변동형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대부분 은행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