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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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연산 30GWh 규모로, 두 회사의 총 투자금액은 3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이 군사·안보를 넘어 첨단 기술·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 GM과 美에 4조 배터리 공장 짓는다

IRA 수혜 ‘윈윈’

삼성SDI는 25일 GM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연산 30GWh는 전기차 연 35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합작공장은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해 향후 출시될 GM 전기차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연산 23GWh)을 2025년 가동하는 데 이어 GM과도 손잡으면서 북미 공급 물량을 확대하게 됐다. BMW,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상용차) 등에 이어 안정적인 공급처를 추가 확보한 것이다.

GM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대상 차종을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앞서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IRA 보조금 대상 전기차 22종 중 4종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프 그랜드체로키와 랭글러, 포드 이스케이프, 링컨 코세어 등 4종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GM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삼성SDI와 함께 셀을 제조해 북미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 투자 본색 살아나

삼성SDI가 최근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분위기에도 ‘통 큰’ 투자를 결정한 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비해 신규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SDI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삼성SDI가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과 10년간 40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양극재 납품계약을 맺은 게 투자 확대의 ‘신호탄’이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및 GM과의 합작공장에 납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2월 삼성SDI의 경기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뒤 투자 확대에 속도가 붙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용 설비를 둘러보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기술동맹’ 강화

지난해 한·미 정상이 밝힌 ‘한·미 동맹 발전’이 이번 삼성SDI와 GM의 협력으로 구체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한·미 동맹을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 발표는 단순한 한·미 대기업의 협력을 넘어 기술동맹으로서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SDI는 국내에는 ‘마더 팩토리’ 및 핵심소재 연구시설을 구축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와 양산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2027년으로 예정된 기존 양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투자도 늘린다.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는 것은 주요 배터리 업체 가운데 처음이다. ‘초격차 기술’을 먼저 확보해 질적 성장도 동시에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