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왼쪽)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를 주제로 열린 ‘2023 아산 플래넘’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왼쪽)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를 주제로 열린 ‘2023 아산 플래넘’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북한의 핵무장으로 무효화됐음을 선언하고,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은 2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를 주제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해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대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이사장은 전술핵 재배치가 남북 간 핵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한국판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상호확증파괴는 핵을 쓰면 서로 공멸하기 때문에 핵보유국끼리는 전면전을 피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깨닫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해야겠지만, 우선은 한·미동맹의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력 민간 싱크탱크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여권에서는 자체 핵무장론 등 높은 수준의 북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확장억제 방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측 연사들도 이런 의견에 화답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단기적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미 정부가 북한 김정은에게 전술핵무기를 주저 없이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한국은 독자적인 핵능력 보유가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도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도 한국 국민이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북한, 중국, 러시아를 향해 “겉으로는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가)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미동맹 강화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으며, 한·미동맹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