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과자나 초콜릿, 간식 드시고 양이 작아졌다고 느끼신 분들 계실 겁니다.

값을 올리는 대신, 제품의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인데요.

고물가 시대, 정부의 압박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식품회사들의 고육지책인데, 이러한 전략이 더욱 진화하고 있습니다.

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맥주 회사가 새롭게 출시한 캔맥주 묶음팩 상품입니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지만, 맥주 1캔의 용량(mL)이 기존보다 5mL 줄었습니다.

봉지 과자나 요구르트 중량(g)을 줄이고, 낱개 과자를 덜 넣기도 합니다.

고물가로 원재료 값이 오르자,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양을 은근슬쩍 줄이는 식품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인데, 제품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을 줄여 사실상 값을 올리는 효과를 거두는 겁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가령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식품 업계에 등장한 '질소 과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엔 이 슈링크플레이션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똑같은 과자 두 상자가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제품은 중량이 6% 늘었는데요. 가격은 10%나 올랐습니다. 늘리는 양에 비해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인상한 겁니다.]

또 다른 제품인 용기 껌도 중량은 14.9% 늘리면서 가격은 20% 올렸습니다.

양을 줄인 치킨 메뉴가 출시되기도 했는데, 줄어든 양에 비해 가격 내림폭이 너무 작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철 /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지금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그런 전략적인 선택을 이제 기업들이 할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결국에는 이제 소비자들이 종전과 같다고 그렇게 믿도록 하기 때문에 썩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죠.]

고물가 시대, 슈링크플레이션이 어느새 식품 기업들의 매뉴얼로 자리잡은 실정입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앞서 보신 것 처럼 계속되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기업들은 꼼수 인상으로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시적인 대응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에 생산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2부 유오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유 기자, 그 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 요청이 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이달 초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GS25는 일부 제품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맑은샘물과 DMZ맑은샘물 등 PB제품 가격을 200원 올리기로 했다가 다시 동결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또 다른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도 생수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500ml짜리 PB 생수 가격을 연중 600원으로 고정한다고 발표했고요.

CU는 즉석원두커피 가격을 21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리기도 했습니다. 정부 가격 인상 제한 압박에 기조를 맞춰가는 모습입니다.

식품회사들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계획했던 제품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편의점용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고요.

롯데웰푸드와 대상, 하이트진로 등도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연일 기업을 상대로 공식 석상에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거나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가격 동결 기조를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인건비나 원부자재 등 생산 비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기자]

네. 생산 비용이 오르는 현상은 어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방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선 밀가루 등 곡물과 함께 식품 주요 원재료인 설탕값이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현지시각 24일 영국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백설탕 선물 가격은 톤(t) 당 688.7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 톤 당 520달러 수준이던 것이 넉 달 사이 30% 가량 폭등한 겁니다.

지난 12일 70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설탕 가격이 700달러를 넘어선 건 2011년 11월 이후 12년 만입니다.

설탕의 경우 과자, 아이스크림, 빵 등 단맛을 내기 위해 가공식품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라 전체적인 부담이 커진 상황이고요.

또 소주의 주 원료인 주정 값도 올랐어요. 평균 9.8% 올랐는데, 이 것도 2002년 이후 최대 폭입니다.

지난해 주정 값이 7.8% 오른 뒤 소주업체들은 일제히 소주 출고가를 올려서 원가 상승 압박을 해소했거든요.

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언제든 소주 값이 오를 여지는 남아 있는 겁니다.

[앵커]

정부가 가격을 누르고는 있지만 원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기업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네요.

그래도 좀 고민인 것이 원가가 올랐다고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우려도 크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그러다보니 앞서 리포트에 나온 사례들처럼 가격 인상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꼼수로 용량을 줄인다거나, 옵션을 추가하는 식의 대응을 하는 건데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식 업체나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대놓고 가격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중견기업 이상인 식품기업들과 달리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그 보다는 규모가 작고 또 가맹점주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라 당장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실제로 교촌치킨이 치킨 메뉴 가격을 3천 원 인상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잖아요.

하지만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실제 교촌에프앤비 지난해 영업이익은 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90% 가량이 줄어 들었습니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앵커]

정부가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제는 약발이 떨어져가는 게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격 인상을 누르기만 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기업은 결국 이윤 추구가 가장 큰 목적인데, 외부 상황이 급변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쌓인 상태잖아요.

이를 억누르겠다고 지금처럼 조삼모사식 물가 대책을 쏟아낸다면 언젠가는 한 번에 가격이 튀어오를 우려가 커진 상황인 겁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높인다던지, 할당관세 0% 연장 등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기업들은 세제 혜택을 지금보다 늘리고, 정부가 공급하는 원재료나 전기료, 가스비 등 비용 상승 분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고통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식품업계 관계자 : 정부에서 각 기업에 공급하는 콩 가격 등 농산물 가격은 올려놓고 기업들은 가격 인상 하지 말라 이런 사례도 있었거든요. 정부에서도 기업의 고통을 어느 정도 알고, 정부가 같이 분담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또 정부가 이를 분담하려는 노력들이 가시화 된다면 버틸 여력이 되겠죠.]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osyou@wowtv.co.kr
정부 물가 인상 자제 요청...약발 언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