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시장은 까다롭습니다.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과 정보기술(IT)이 급속도로 정착하는 배경에도 세분화된 서비스별 수요 증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엔 요양 시설로 노인 인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옵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가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올해, 국내 돌봄 플랫폼의 성장 뿌리와 나아갈 방향을 한경 긱스(Geeks)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대한민국에 ‘노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부터는 심각성이 좀 더 달라졌다.

올해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고령층 이상 연령으로 분류되는 만 65세를 기록하는 해다. 통상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시점으로 규정되어 있다. 현재 국내 인구 중 4명 중 1명은 60세 이상으로, 2025년경에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고된 상태다.

문제는 노인 인구와 함께 늘어난 요양 및 돌봄 수요에 대한 대안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고령 인구는 요양 시설 및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국내 실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지원되는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은 전체 고령인구 중 약 10%만 누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급여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자들은 자칫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실버테크, 제론테크 관련 스타트업도 많다. 특히 케어닥을 비롯해 케어링, 한국시니어연구소, 브라보시니어케어 등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관련 플랫폼들은 2025년을 목표로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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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사업 '접근 장벽' 없앤 플랫폼

그렇다면 플랫폼이 노인 돌봄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접근성의 장점 때문이다.

돌봄, 간병 사업 자체는 사실 꾸준하게 이어져 오던 사업 모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기존 돌봄 사업은 병원 간병과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를 중심으로 제한된 정보 아래에서 알음알음 이어지다 보니 서비스 공급과 이용에 다소 한계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요양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분들은 불가피하게 ‘사회적 입원(의료적 필요가 아닌 돌봄을 위한 입원)’을 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장기요양보험 비급여 대상자 중 집에서 돌봄을 원하는 어르신들은 관련 서비스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플랫폼은 다르다. ‘돌봄 서비스 매칭’을 시스템화한 플랫폼을 통해서는 급여 및 비급여 이용자, 돌봄 노동자 누구나 공개된 정보를 확인하고, 돌봄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는 돌봄 서비스를 표준화 및 전문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서비스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또한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돌봄 노동자들 역시 플랫폼을 통한 채용 프로세스의 투명화와 더 많은 일자리 제공을 통해 업무 환경 개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만큼 ‘돌봄 플랫폼’의 활성화는 의미가 크다.

재택 돌봄, 필요 서비스는 '천차만별'

늘어나는 요양 수요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재택 돌봄의 고도화 역시 플랫폼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는 미래 중 하나다. 살던 집에서 재가 돌봄을 받으며 여생을 보내는 것을 ‘AIP (Aging In Place·지역 사회 계속 거주)’라고 부르는데, 돌봄의 직접적 대상자인 어르신들은 시설행보다 이러한 재가 돌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재가 돌봄을 받으며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노인이 전체의 56.5%에 이른다.

문제는 재가 돌봄의 경우 돌봄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치매 등 중증도 질환부터 간단한 생활 지원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요구되는 서비스의 질과 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필요에 따라 돌봄 노동자와 서비스의 수준을 조절해 수요자와의 매칭이 가능한 전산 시스템 관리 및 인프라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병력, 케어 히스토리, 시설 이관 등 돌봄 이력 데이터 관리와 이에 따른 세분된 돌봄 서비스의 제공은 향후 시니어 케어의 고도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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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대상자의 질환, 건강상태 데이터를 중심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노동자를 매칭하는 플랫폼은 ‘재가 시니어 케어’ 서비스의 이상적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자택과 병원, 시설을 반복해 거치는 돌봄 여정 과정에서 적절한 재가 돌봄 서비스가 이루어지려면, 그간 진행되었던 체계적 돌봄 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머무르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년을 위해, 플랫폼과 실버테크가 더욱 앞장서 시스템을 고도화해야하는 이유다.

플랫폼의 또다른 특징인 확장성 역시 재가 돌봄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은 돌봄 서비스 매칭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어르신들이 꼭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집에서 누리는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케어닥 역시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매칭을 넘어 재가 돌봄 어르신들을 직접 방문하는 방문요양 서비스, 생활돌봄 서비스와 재활운동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케어닥은 이를 통해 병원과 집, 지역사회의 돌봄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묶는 동시에 각 서비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실버테크 시대…'건강수명 주택'까지 파는 日

HED-Net의 흐름도. 감지분석부터 원격 문 개방이 한번에 이어진다. 세키스이하우스, KOTRA 제공
HED-Net의 흐름도. 감지분석부터 원격 문 개방이 한번에 이어진다. 세키스이하우스, KOTRA 제공
실제로 국내외 플랫폼 및 실버테크 기업의 다양한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돌봄 대상이 되는 노년과 가족들의 삶의 질이 더 높아지는 재택 돌봄의 고도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에서는 이미 시니어 재택 돌봄과 관련한 실버테크 사례가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물인터넷(IoT)와 비접촉 측정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 하우스’다. 후쿠오카의 후요디벨로프먼트는 체온, 혈압, 맥박, 혈중 산소포화도 등 다양한 개인별 바이털 데이터를 관리하는 ‘바이탈스코어링AI’와 온습도 제어 센서 기술 등을 담은 ‘건강수명 연장주택’을 판매 중이다. 일본 주문주택 건설 1위 업체인 ‘세키스이하우스’ 역시 건강 상태 이변의 조기 발견을 목표로 한 ‘재택 시 급성질환 조기대응 네트워크(HED-Net·In-Home Early Detection Network)’를 주택에 접목했다. 이 시스템은 거실과 침실에 설치한 비접촉 센서로 거주자의 심박수와 호흡수를 추정, 위급 시 긴급통보센터가 사태 확인 후 구급대 출동 요청 및 원격 문 개방까지 돕는다.

국내 역시 다양한 플랫폼들이 방문요양 서비스를 강화하고 관련 매칭 서비스를 정교화하는 데 이어, 1인 노인가구 및 치매 노인 등의 ‘재택 돌봄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실버테크 활용 사례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1인 노인 가구에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AI 상담원 등과 GPS를 장착해 치매 노인의 빠른 위치추적을 돕는 신발 ‘꼬까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서비스를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채택, 활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력과 제도를 모자이크처럼 엮어내는 기술 활성화다. 단순히 각 영역에서 이러한 기술력을 각개전투로 적용하고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민관의 협업은 아직까지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뤄냈다기 보다는 돌봄 환경을 개선한 정도에 가깝다. 실버테크 기업 및 돌봄 플랫폼 등 민간 서비스 제공자, 정부, 지자체가 긴밀하게 협력해 시스템을 통합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생명 자체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는 시니어 케어의 시대는 지났다. 행복하게, 인간답게,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살 권리를 노년에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올해는 시니어 산업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골든 타임이다. 그 여명을 여는 것은 기술과 관심이다. 더욱 많은 실버테크 기업의 노력과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누구나 겪게 될 우리 모두의 미래인 노년을 위해,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할 때다.
'58년 개띠'가 만들어낼 재택 돌봄 전쟁 [긱스]
박재병 케어닥 대표
△ 부산대 경영학 학사
△ KAIST 경영학 석사
△ 독거노인 봉사단체 '쪽방 나들이'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