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비관적 전망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이어 제조업 부문까지 확산하고 있는 ‘감원 바람’이 불면서 허리띠를 한껏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미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B)는 25일(현지시간)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104.0‧수정치)보다 하락한 101.3(1985년=100)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CB는 지난 3~19일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이같이 산출했다.

4월 지수는 2022년 7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애초 시장에선 이 수치가 지난달과 동일한 104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CB의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 상황에 따른 사업 조건과 고용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향후 전망을 반영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낙관론이 우세하다는 의미이며, 소비 심리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자료=컨퍼런스보드
자료=컨퍼런스보드
6개월 후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 소비자들의 비율은 지난달 16.4%에서 이번 달 13.5%로 하락했다. ‘업황 악화’를 전망한 응답자 비율은 같은 기간 19.2%에서 21.5%로 올랐다.

고용 시장과 관련해 ‘일자리 증가’를 전망한 소비자 비율은 12.5%로 전달(15.5%)보다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수치가 “거의 7년 만에 가장 낮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자리 감소’를 예측한 비율은 20.5%에서 21.0%로 상승했다.

아타만 오질리드림 CB 전무이사는 “55세 미만, 연 소득 5만달러(약 67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비 심리가 특히 악화했다”며 “미래 경영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단기 경기침체 수준에 못 미치는 선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경기 전망 악화에 따른 소비 위축세도 감지된다. 향후 12개월간의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6.2%로, 전월과 동일했다. 오질리드림 이사는 “지난해 최고 수준인 7.9%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승세”라며 “주택, 자동차, 가전제품 구매 계획에 이어 휴가 수요까지 철회하고 절약 모드에 들어간 소비자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향후 6개월간 가전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 비율은 41%로, 전월(44.8%)보다 하락했다. 2011년 9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저치다. 자동차를 구매할 예정이거나 휴가 계획이 있는 소비자 비율은 각각 9개월,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토론토 BMO 캐피털 마켓의 제니퍼 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년 넘게 금리 인상이 지속돼 온 결과”라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tight‧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태)하고 이는 좋은 일이지만,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위기로 촉발된) 신용경색에 대한 초기 대응일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 부문 혼란에 따른 경제적 역풍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스트잇 등을 제조‧판매하는 3M이 6000명 규모의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1월 2500명 규모의 정리 해고 방침을 알린 바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