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 헬스사이언스 리더 “가치 증명하는 약만이 제값받을 것”
“효능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기업의 가치(value)를 증명할 수 있어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EY한영 본사에서 만난 파멜라 스펜스 EY 글로벌 헬스사이언스·웰니스 섹터 리더(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EY 글로벌 헬스사이언스·웰니스 섹터에는 2만7000여명의 바이오 전문 컨설턴트들이 근무 중이다. 스펜스 리더는 화학 분야 연구원 출신으로 경력 30년 베테랑 컨설턴트다. 스펜스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기업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스펜스는 “한국에 여러 제약사와 바이오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 발전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라이프사이언스(제약·바이오 산업)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펜스가 베테랑 바이오 컨설턴트로서 강조한 것은 ‘가치(Value)’였다. 기업만이 가진 가치를 증명해야, 그에 맞는 제품 가격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약이든, 기존에 시판된 의약품이든 할 것 없이 효능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시장에 어떤 가치를 심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가치 기반 의료가 증명된 제품에 한해 더 좋은 가격이 매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가격은 특히 민감한 이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의약품 가격 인하 등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출액 상위 50개 의약품 가운데 복제약(제네릭·바이오시밀러)이 나오지 않은 오리지널 의약품 중 일부가 정부와의 약가 협상 대상(메디케어 파트D)이 된다.

화이자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의 강자인 미국 바이오텍 시젠(Seagen)을 인수한 것도 정부와의 약가 협상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시젠이 시판 중인 의약품 가운데 한 가지(투카티닙)를 제외하면 모두 바이오의약품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출시된 지 13년 이상 지난 제품이 협상 대상이 된다.

EY 글로벌 헬스사이언스·웰니스 섹터는 다국적 제약사부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디지털 치료기기(DTx), 세포·유전자치료제(CGT), ADC 등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텍들과 협력 모델을 발굴 중이다.

스펜스는 “ADC와 CGT는 매우 매력적이고 새로운 시장”이라면서도 “CDMO 기업들은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고객으로부터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생산 규모(volume)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CDMO 기업들은 ADC와 CGT와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들과 어떻게 계약을 맺을지, 앞서 말했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스펜스는 CDMO 기업 중 가치 기반 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예로 론자의 ‘코쿤 플랫폼’을 들었다. 코쿤 플랫폼은 고객사 입장에서 효율을 극대화한 세포치료제 자동화 제조 플랫폼이다. 기존처럼 큰 공장에서 의약품을 만들고, 거대 유통망을 통해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크기가 작은 장비를 여러 지역에 분산시켜 세포치료제를 만든다.

스펜스는 “코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고객사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세포치료제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세포치료제 생산이라는 경험 자체를 확산시키면서도 론자라는 회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환자의 침대 옆에서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26일 15시 19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