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필연으로 삼은 신약의 연금술사…신간 '분자 조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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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만 경상대 교수가 소개하는 신약 개발 이야기
윌리엄 위더링은 1770년대 영국 맨체스터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간단한 병 치료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왜 자신이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치료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부종으로 고생하는 여자를 진료했고, 두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얘기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그는 그 환자를 거리에서 만났다.
얼굴 혈색은 좋아져 있었고, 걸음걸이도 양호했다.
이유를 물으니 떠돌이 집시가 처방해 준 20개의 약초를 섞어서 달여 먹은 뒤 호전됐다는 것이었다.
위더링은 그 약초들을 하나씩 선별해가며 단 하나의 약초를 찾았다.
심부전 치료제 '디기탈리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오랜 준비 끝에 찾아온 행운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뜻밖에 찾아온 우연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어떤 일에는 우연과 행운이 작용한다.
의약품 개발도 무수한 우연이 작용한 결과였다.
페니실린 개발이 대표적이다.
푸른곰팡이가 아래층에서 날아 올라와 위층 연구실의 '우연히' 열려 있던 창문으로 들어왔고, 때마침 '실수로' 뚜껑이 열려 있던 샬레에 살포시 내려앉았으며, 8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 무럭무럭 성장하며 다른 균을 죽인 것은 세렌디피티의 전형적인 사례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그저 문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름휴가를 다녀왔을 뿐이었다.
그는 이 행운을 계기로 실험을 거듭해 페니실린을 발견했고, 노벨상까지 받았다.
백승만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가 쓴 '분자 조각가들'(해나무)은 인류의 질병을 치료한 약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들려다가 개발된 최초의 매독 치료제 살바르산, 맹독에서 추출한 고혈압 치료제 캡토프릴, 껍질이 붉은 주목(朱木)에서 추출한 항암물질 '탁솔', 모르핀의 구조를 바꿔서 만들어져 개발 초기 감기약으로 사용된 헤로인 등 다양하다.
이들 약들은 어느 정도 우연에 의지해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약 개발은 이처럼 상당 부분 우연에 의지하지만, 과학자(분자 조각가들)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란 사실도 저자는 강조한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건 오랜 기간에 걸친 세균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때문에 암 연구에 종사하게 된 거트루드 엘리언이 항암제 개발에 혁혁한 공을 쌓아 노벨상을 받은 건 좌고우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연구한 덕택이었다.
"세상사에 답이라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하나는 아닐 것이다.
약을 만드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분자 조각가들은 지금도 어떤 방식으로 조각해야 좋은 약이 나올지를 고민하고 있다.
분자 조각가들이 펼치는 신약의 연금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340쪽.
/연합뉴스
간단한 병 치료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왜 자신이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치료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부종으로 고생하는 여자를 진료했고, 두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얘기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그는 그 환자를 거리에서 만났다.
얼굴 혈색은 좋아져 있었고, 걸음걸이도 양호했다.
이유를 물으니 떠돌이 집시가 처방해 준 20개의 약초를 섞어서 달여 먹은 뒤 호전됐다는 것이었다.
위더링은 그 약초들을 하나씩 선별해가며 단 하나의 약초를 찾았다.
심부전 치료제 '디기탈리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오랜 준비 끝에 찾아온 행운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뜻밖에 찾아온 우연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어떤 일에는 우연과 행운이 작용한다.
의약품 개발도 무수한 우연이 작용한 결과였다.
페니실린 개발이 대표적이다.
푸른곰팡이가 아래층에서 날아 올라와 위층 연구실의 '우연히' 열려 있던 창문으로 들어왔고, 때마침 '실수로' 뚜껑이 열려 있던 샬레에 살포시 내려앉았으며, 8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 무럭무럭 성장하며 다른 균을 죽인 것은 세렌디피티의 전형적인 사례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그저 문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름휴가를 다녀왔을 뿐이었다.
그는 이 행운을 계기로 실험을 거듭해 페니실린을 발견했고, 노벨상까지 받았다.
백승만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가 쓴 '분자 조각가들'(해나무)은 인류의 질병을 치료한 약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들려다가 개발된 최초의 매독 치료제 살바르산, 맹독에서 추출한 고혈압 치료제 캡토프릴, 껍질이 붉은 주목(朱木)에서 추출한 항암물질 '탁솔', 모르핀의 구조를 바꿔서 만들어져 개발 초기 감기약으로 사용된 헤로인 등 다양하다.
이들 약들은 어느 정도 우연에 의지해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약 개발은 이처럼 상당 부분 우연에 의지하지만, 과학자(분자 조각가들)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란 사실도 저자는 강조한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건 오랜 기간에 걸친 세균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때문에 암 연구에 종사하게 된 거트루드 엘리언이 항암제 개발에 혁혁한 공을 쌓아 노벨상을 받은 건 좌고우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연구한 덕택이었다.
"세상사에 답이라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하나는 아닐 것이다.
약을 만드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분자 조각가들은 지금도 어떤 방식으로 조각해야 좋은 약이 나올지를 고민하고 있다.
분자 조각가들이 펼치는 신약의 연금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34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