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퍼스트리퍼블릭 풀매수한 개미들…SVB사태와 다를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퍼스트리퍼블릭, 하루만에 49.38%↓
美은행주 매수해온 서학개미 손실 눈덩이
"바이든 행정부, 연이은 은행 지원 부담"
美은행주 매수해온 서학개미 손실 눈덩이
"바이든 행정부, 연이은 은행 지원 부담"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 트렌드
퍼스트리퍼블릭, 하루만에 49.38%↓
美은행주 매수해온 서학개미 손실 눈덩이
"바이든 행정부, 연이은 은행 지원 부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과감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은행은 샌프란시스코 중소지역은행으로, SVB처럼 기술업체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탓에 '제2의 SVB'로 지목받고 있다. 1분기 동안 예금이 1000억달러 가까이 빠져나갔다는 발표에 주가가 하루에만 50% 폭락했다. SVB 뱅크런 사태를 기회로 봤던 '서학 불개미'들의 큰 손실이 예상된다.
퍼스트리퍼블릭 순매수세는 전체 외화증권 종목별 순매수 순위 4위에 해당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개별 종목으로 봐도 부동의 1위인 테슬라(2억5000만달러)에 이은 2위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은행주 사랑은 퍼스트리퍼블릭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 대형은형 지수를 3배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US 빅뱅크 인덱스 3X 레버리지' ETF에는 3260만달러(436억원)가 몰렸다. 순매수 순위 11위다. 뱅크오브아메리카(2773달러, 371억원)도 순매수 순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겁 없는 베팅에는 미국 연방정부가 끝내 모든 예금을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SVB 파산 사태 때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며 금융시장 충격을 막아냈던 경험이 있어서다. 실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예금 전액을 보호했다. FDIC 관리 아래 SVB가 퍼스트시티즌스에 인수되며 SVB 사태는 일단락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은 현지시간 24일 1분기 예금이 1045억달러(139조7000억원)라고 공개했다. 전분기 1766억달러에서 무려 40% 감소한 수치다. 이 실적에는 대형은행들의 구제금융금 300억달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 퍼스트리퍼블릭에서 1분기에 빠져나간 예금은 1000억달러(133조5000억원)가 넘는다"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이 생존은 하겠지만, 사업은 영위할 수 없는 산 송장(Living Dead)이 됐다"고 꼬집었다.
예금 감소는 곧장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예금 감소를 연준 할인창구 등 단기 차입으로 메우고 있어서 차입금 이자액 내기도 급급하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이 은행의 현재 차입금은 1040억달러(139조원)에 달한다. 이 차입금의 이자율은 일반 예금 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에, 이를 갚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퍼스트리퍼블릭의 올해 1분기 순이자 마진은 1.77%로, 지난해 2분기 2.8%를 찍은 뒤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사이 자기자본 이익률도 11.9%에서 6.55%로 반 토막 났다고 WSJ는 보도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해 "정책적 지원 없는 정상적인 사업 영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SVB 때처럼 FDIC가 예금 전액을 인수하고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FT는 "미 정부는 최근의 은행 혼란으로 이익을 보는 바이아웃 기업들을 경계 중"이라고 했다. FDIC 예금보험기금이 SVB 사태를 겪으며 약 26조원 규모 손실을 보는 등 재정 부담도 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퍼스트리퍼블릭은 사업 일부를 매각하며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미국 대형 은행들이 다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거칠 것이 유력할 전망이다. FT는 "지난 몇 주간 퍼스트리퍼블릭은 일부 사업 매각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BC는 "SVB 때와 같이 다른 은행으로 매각도 쉽지 않아보인다"라며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당분간 쉽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예금 이탈이 훨씬 가팔랐다"면서 "자력 생존을 위해서는 재무제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관건은 연준과 대형 은행들의 지원 기간 내 충분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마켓 트렌드
퍼스트리퍼블릭, 하루만에 49.38%↓
美은행주 매수해온 서학개미 손실 눈덩이
"바이든 행정부, 연이은 은행 지원 부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과감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은행은 샌프란시스코 중소지역은행으로, SVB처럼 기술업체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탓에 '제2의 SVB'로 지목받고 있다. 1분기 동안 예금이 1000억달러 가까이 빠져나갔다는 발표에 주가가 하루에만 50% 폭락했다. SVB 뱅크런 사태를 기회로 봤던 '서학 불개미'들의 큰 손실이 예상된다.
"뱅크런, 오히려 좋아"…美은행주 매수한 서학 '불개미'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3월 10일부터 이번 달 25일까지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9513만달러, 우리 돈 12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3월 10일은 SVB파이낸셜 그룹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공개하며 주가가 60% 폭락한 날이다.퍼스트리퍼블릭 순매수세는 전체 외화증권 종목별 순매수 순위 4위에 해당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개별 종목으로 봐도 부동의 1위인 테슬라(2억5000만달러)에 이은 2위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은행주 사랑은 퍼스트리퍼블릭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 대형은형 지수를 3배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US 빅뱅크 인덱스 3X 레버리지' ETF에는 3260만달러(436억원)가 몰렸다. 순매수 순위 11위다. 뱅크오브아메리카(2773달러, 371억원)도 순매수 순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겁 없는 베팅에는 미국 연방정부가 끝내 모든 예금을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SVB 파산 사태 때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며 금융시장 충격을 막아냈던 경험이 있어서다. 실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예금 전액을 보호했다. FDIC 관리 아래 SVB가 퍼스트시티즌스에 인수되며 SVB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루만에 49.38%↓…"퍼스트리퍼블릭, 산 송장됐다"
현지시간 25일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49.38% 폭락한 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SVB 사태 이전인 3월 초 115달러 수준에서 등락하던 주가는 7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이 회사 역대 첫 한 자릿수 주가다. 다른 은행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BMO 마이크로섹터 US 빅뱅크 인덱스 3X 레버리지 ETF,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5일 하루간 7.66%, 3.09%씩 빠졌다.퍼스트리퍼블릭은 현지시간 24일 1분기 예금이 1045억달러(139조7000억원)라고 공개했다. 전분기 1766억달러에서 무려 40% 감소한 수치다. 이 실적에는 대형은행들의 구제금융금 300억달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 퍼스트리퍼블릭에서 1분기에 빠져나간 예금은 1000억달러(133조5000억원)가 넘는다"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이 생존은 하겠지만, 사업은 영위할 수 없는 산 송장(Living Dead)이 됐다"고 꼬집었다.
예금 감소는 곧장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예금 감소를 연준 할인창구 등 단기 차입으로 메우고 있어서 차입금 이자액 내기도 급급하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이 은행의 현재 차입금은 1040억달러(139조원)에 달한다. 이 차입금의 이자율은 일반 예금 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에, 이를 갚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퍼스트리퍼블릭의 올해 1분기 순이자 마진은 1.77%로, 지난해 2분기 2.8%를 찍은 뒤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사이 자기자본 이익률도 11.9%에서 6.55%로 반 토막 났다고 WSJ는 보도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해 "정책적 지원 없는 정상적인 사업 영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SVB 때와는 다르다"…앞으로 관건은 '구조조정'
서학개미들의 바람대로 미 정부는 빠르게 진화에 나설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25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식 급락이 워싱턴에 경종을 울렸다"면서 "백악관, 연방준비제도, 재무부 등이 최근 수일간 퍼스트리퍼블릭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그러나 SVB 때처럼 FDIC가 예금 전액을 인수하고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FT는 "미 정부는 최근의 은행 혼란으로 이익을 보는 바이아웃 기업들을 경계 중"이라고 했다. FDIC 예금보험기금이 SVB 사태를 겪으며 약 26조원 규모 손실을 보는 등 재정 부담도 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퍼스트리퍼블릭은 사업 일부를 매각하며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미국 대형 은행들이 다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거칠 것이 유력할 전망이다. FT는 "지난 몇 주간 퍼스트리퍼블릭은 일부 사업 매각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BC는 "SVB 때와 같이 다른 은행으로 매각도 쉽지 않아보인다"라며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당분간 쉽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예금 이탈이 훨씬 가팔랐다"면서 "자력 생존을 위해서는 재무제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관건은 연준과 대형 은행들의 지원 기간 내 충분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