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 트렌드

연기금, 최근 1년간 삼천리·서울가스·대성홀딩스 장기 매수
사흘 연속 하한가에 투자 손실 가능성 높아
"작전세력, 패시브 방식 연기금 자산 운용 허점 노렸을 수도"
 ‘3일 연속 하한가’ 삼천리·서울가스에 연기금도 1000억 이상 투자
주가조작에 연루된 도시가스 관련주가 지난 1년간 2~5배 폭등할 동안 연기금 자금도 1350억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관 순매수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주가 조작으로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불어나자 연기금이 기계적으로 이들 종목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3거래일 연속 하한가


26일 삼천리는 29.92% 내린 1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고점 대비 67% 떨어졌다.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도 사흘 연속 하한가로 마감했다. 이날 3개 종목에서 3700억원어치에 달하는 물량이 하한가로 나왔지만 거래가 체결되지 않았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연기금은 이날까지 최소 50%에 달하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물량이 거의 소화되지 않아 급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연기금의 손실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종목의 신용잔액 비중은 6.7~10.5%에 달한다.

이들 종목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8개 종목 중에서도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삼천리는 하한가로 직행하기 전인 지난 21일까지 1년간 358% 올랐다. 2020년 7000원대 거래되던 대성홀딩스는 지난달 13만원을 돌파하며 20배 급등했다. 같은기간 서울가스는 7배 올랐다.

◆급등 부추긴 연기금


주가가 치솟은 것은 주가조작 세력의 자금에 더해 연기금 매수세까지 들어왔기 때문이다. 삼천리는 지난 1년간 1045억원의 기관 순매수로 주가가 5배 올랐는데, 이 중에서 연기금이 359억원을 차지했다. 서울가스는 기관 순매수액 1258억원 가운데 468억원, 대성홀딩스는 548억원 중 528억원이 연기금 자금이었다.

주가조작 세력은 세 종목에 1500억여원(CFD 금융투자 계정)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맞먹는 1355억원이 연기금에서 유입된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량이 거의 없는 종목에 연기금 매수세가 연속적으로 들어오면서 주가가 폭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중형주 지수를 벤치마크(BM)로 삼은 연기금 위탁 운용자금이 매수 주체로 전해진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피 중형주 지수에서 세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매니저들이 벤치마크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세 종목을 기계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주가조작 일당이 위탁운용 방식의 허점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연기금 자금을 이용해 시세를 부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당은 시가총액을 2조원으로 만들어 MSCI지수에 편입시킨 다음 물량을 떠넘기려고 탈출을 할 수 있다고 영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위탁운용 방침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위탁운용사들은 하루 거래량의 10분의 1 수준만 매수가 가능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 매수세 거의 매일 유입되면서 상승세가 더 오래 지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