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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테마주 뒤엔 시세조종이란 그림자 드리워
OO홀딩스
·OO투자 등 일부 부티크 조심해야
해외기업 투자·상한가 굳히기 등 수법 다양해
[마켓PRO]"임창정도 수십억 날렸다는데"…세력에게 듣는 작전주 유형과 구별법
최근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발 매물폭탄 사태가 주가조작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가수 임창정도 주가조작 세력에 30억원을 맡겼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등 작전 세력이 다시금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흔히 작전 세력들은 심리 게임이나 테마 등 호재성 재료를 활용하는데 정통한 사람들이다. 과거 작전주를 기획·설계했던 A씨를 통해 작전주의 시세조종 방법이나 유형 등을 들어봤다.

A씨는 증시가 좋든 나쁘든 시장의 관심을 받는 테마가 하나씩은 있다고 말한다. 산업의 성장성이 높으나 당장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테마가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표적으로 바이오와 리튬 등의 테마가 작전주 세력이 좋아할 만한 재료라고 말한다. 당장 성과 등 실체는 없지만, 미래나 꿈을 먹고 자라는 섹터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그동안 여러 상장사에서 사내 이사직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 관리를 했다. 그의 역할은 주로 최대주주가 회사를 팔기 전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높이거나 새 대주주의 신사업을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주로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거나 지분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는 새 대주주가 상장사를 인수할 당시 끌고 온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경우 대주주는 차입으로 상장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주가가 올랐을 때 신사업 명목으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하는데, 회사 가치보다 높은 주가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시기별로 세력들이 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A씨는 말한다. 우선 대선이나 총선 기간에는 주로 유명 정치인들과의 친분설 등을 유포해 주가를 띄우는 작업을 한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의 파평 윤씨를 두고 주식시장에서 테마가 형성되기도 했다. 최근 거래가 정지된 한 종목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는 인물을 고문으로 영입, 이를 주가 상승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A씨는 테마주의 그림자에는 작전이라고 불리는 시세조종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상장사나 해외 법인 인수를 통해 시세를 조종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관심이 큰 테마와 관련해 기술력을 보유했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비상장사나 해외법인 등)을 인수해 주가를 띄우는 것이다. 비상장사나 해외 기업의 경우 투자자들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해외 법인은 설립 기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대행사를 통해 200만~400만원이면 서류상 회사로 설립이 가능하다고 A씨는 말한다. 그는 "법인 설립 이후 바지사장을 섭외해 대표(인수하려는 비상장사나 해외 법인)로 앉혀놓는데, 이들의 역할은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기업 이미지 작업을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A씨는 고액 투자자들이라면 소규모 사설 투자회사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에선 흔히 부티크로 불리는데, 세력들은 주로 OO홀딩스부터 OO투자 등의 사명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집을 중개하듯 상장사의 인수·합병(M&A) 중개 업무를 주로 한다. 고액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합법적인 M&A인 것처럼 사업을 소개하면서 시세조종 참여를 유도한다. 이들 사설 투자회사는 자산운용협회 회원사와는 무관한 미등록 업체들이다. 실제로 A씨도 과거 상장사 이사임에도 OO홀딩스 대표 명함을 들고 다닌 적이 있다.

세력들의 상한가 굳히기라는 수법도 알아둬야 한다. 과거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었으나 지금도 비슷한 형태가 종종 목격된다. 이 수법은 기본적으로 상한가까지 주가가 뛰면 다음 날엔 갭상승(단숨에 뛴 가격에 거래가 시작되는 일) 할 것이란 믿음을 이용한다.

A씨는 "세력들은 팔기로 마음먹은 때까지 대량 주문을 넣어 상한가를 유지하는데, 일단 주식이 상한가로 치솟으면 홍보 효과는 극대화된다"면서 "상한가 가격에라도 주식을 사고 싶어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이 경우 세력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떠넘기며 차익을 챙긴다"고 말한다.

모든 작전주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A씨는 말한다. 언론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거나, 시세조종 중간에 일이 틀어질 경우 작전은 실패로 끝나기 때문.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작전세력이 무리하게 주가를 띄울 경우 참여자 누군가의 배신(?)으로 작전이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배신은 세력 참여자가 약속된 시점 또는 목표주가에 도달하지 않고 주식을 팔고 차익을 챙기는 행위다.

상장폐지 갈림길에 선 플랜트 설비 제조업체 B사 사례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당시 대주주는 보유 중인 B사 지분과 경영권을 비싸게 매각하고 싶었는데, 낮은 주가로 원하는 매각가가 나오지 않자 바이오 신사업(미국 바이오사 투자)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3~4배 넘게 올려놨다. 당시 대주주는 세력의 도움을 받아 시세조종(세력이 주식을 사거나 돌리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한 것. 이후 다시 회사 매각을 추진했으나 세력 쪽에서 갑자기 보유 중인 B사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일이 틀어졌다. B사 주가가 급등하자 세력이 곧바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이 손실을 떠안게 됐다.

통상 시세조종에선 혼자 거래하면서 주식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속이는 자전매매, 서로 사전에 짜고 매수와 매도 물량을 번갈아 받아주는 통정매매 등의 기법이 이용된다.

A씨는 세력들이 노리는 것은 딱 하나라고 말한다. 바로 개인투자자의 지갑을 터는 것이다. 그는 "세력들은 작은 사실을 크게 부풀리거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데, 이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선까지 떨어뜨리면 못 참고 파는지, 어느 정도 선까지 올려야 팔지를 않는 지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면서 "작전주를 피하기 위해선 사업목적이나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