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세 차례에 걸쳐 정면충돌한다. 간호법 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둘러싸고서다. 모두 여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하는 안건이다.

우선 간호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의료법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간호법 처리를 시도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달라”며 표결을 연기했다.

이후 여야는 여러 차례 협상했지만 대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김 의장이 표결을 또 한 차례 미루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27일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처리될 전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야당이 (간호법을) 강행 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본회의 직회부 여부를 놓고 표결한다. 여기에 과반 의원이 찬성하면 직회부 안건으로 분류돼 5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처리된다. 방송법은 KBS, MBC 등의 이사 추천권을 노조와 언론단체 등에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처리되면 정부 의지와 상관없이 친민주당 성향의 경영진이 방송사를 이끌 수 있다.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김 의장이 방송법 개정안 상정을 일정 기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직회부 절차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본회의를 통과한 법의 법적 정당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 만큼 안건 상정을 심판 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

민주당은 쌍특검의 패스트트랙 지정도 시도한다. 26일 민주당은 정의당, 기본소득당에 친민주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182명 의원 명의로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치·법조계 인사들이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것이 골자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해 김 여사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수사하도록 한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에 심사를 끝내야 한다.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60일 이내에 표결에 부쳐진다. 27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총선을 4개월 앞둔 올 연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김 여사 개인을 겨눈 특검인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지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권에서 반란표가 3표만 나와도 부결된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무산되면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관련해 역풍이 불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