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엔 전술핵무기 배치돼 있어…미국 "한국엔 배치 안해"
'핵사용 결정권 미국 보유' 동일…나토선 '실효성 한계' 지적도
한국형 '핵협의그룹'과 나토 '핵기획그룹'…같고도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합의된 한국형 핵협의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공유체제와 틀은 유사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이 이날 예정된 회담에서 새로운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신설을 골자로 하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에 핵협의체인 'NCG'를 신설하는 것은 올해 70년을 맞는 한미동맹사에 큰 획을 긋는 사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 NCG는 양자간 실질적 협의체, NPG는 다자간 협의기구
한미 NCG는 나토의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NCG가 한미 양자 간 협의체라면 NPG는 다자 간 협의기구 성격을 갖는다.

NCG는 앞으로 한미간 핵운용 관련 공동기획과 실행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실질적인 협의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핵과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확장억제에 관한 것이라면 NCG는 '핵 운용' 관련 사안에만 집중해서 논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미간 협의체인 NCG와 나토식 핵공유체제 NPG는 명칭에서 차이가 있다.

미 당국자는 NCG에 대해 "미국이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중대한 사태에 대한 계획을 어떻게 구상하는지에 대한 한국의 이해를 돕고 그런 숙의(deliberation)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협의체 성격을 설명했다.

'숙의'는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한다는 뜻이다.

새 협의체를 'NCG'로 명명한 것도 협의 또는 숙의란 의미를 도드라지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들이 NCG를 한미 양국 간에 이뤄지는 실효적인 협의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의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핵협의그룹'과 나토 '핵기획그룹'…같고도 다르다
반면 나토의 NPG는 핵 운영 계획(planning), 의사 결정(decision-making), 사용 시 핵무기 운반과정(delivery) 등에 대한 동맹 간의 협의체제다.

나토는 핵무기 사용 최종 권한만 제외하고 핵정책, 사용관리, 운영 등 모든 것을 5개 핵공유 회원국과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특히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운영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어 'planning(계획)'에 더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은 보유 핵무기를 사용하는데 있어 한국과 '공동기획'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단지 유사시 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과정인 운용 협의 측면으로 역할을 한정하는 쪽으로 NCG를 운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이는 NCG가 NPG보다 협의 범위가 훨씬 제한적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NPG는 주요 나토 회원국의 국방장관 또는 고위관리가 참석해 1년에 1~2회 정기회의를 하고, 각국 대표로 구성된 실무그룹이 사무국 역할을 맡는다.

NCG도 유사하게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자는 "핵 및 전략 기획 현안에 초점을 맞춘 정기적인 양자 협의 기구"라고 설명했다.

◇ 한국엔 전술핵 배치 안해…나토엔 전술핵 배치돼 있어
전술핵무기 배치 여부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나토에는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배치했지만, 한국에는 그런 핵무기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선제 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둔 공세적인 핵무력 법령을 채택한 이후 국내에서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고, 최소한 저위력의 전술핵탄두를 주한미군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지만, 미국은 현재도, 미래에도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발언이다.

이와 달리 나토식 핵공유체제는 전술핵무기 배치가 골격이다.

미국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 6개 기지에 B61계열의 전술핵폭탄을 배치했고, 이를 탑재하는 이중용도 전투기(Dual-Capable Aircraft·DCA)도 지정해놓고 있다.

과거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는 최대 7천300여발에 달했지만, 점차 줄여 1999년부터 B61 계열을 제외한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다.

한국형 '핵협의그룹'과 나토 '핵기획그룹'…같고도 다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비연 선임연구원은 '영국식·독일식 핵공유체제와 한미 확장억제에 대한 시사점'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2022년 기준 약 98%가 감소된 150개의 B61 계열 전술핵폭탄인 B61-3/-4 중력폭탄과 약 100여대의 전투기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독일의 뷔헬 공군기지와 벨기에 클라이네 브로겔 공군기지, 네덜란드 볼켈 공군기지에 각각 20발, 이탈리아 아비아노 공군기지와 게디 공군기지에 각 20발, 튀르키예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50발이 배치됐다고 조 선임연구원은 전했다.

◇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권한' 공통점…나토서 "실효성 한계" 지적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미국 대통령이 갖는 것은 공통점이다.

이 당국자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권한(sole authority)이다.

이는 한미동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이 해온 모든 안보 공약에 해당하며 단기에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나토식 핵공유 체제에서도 핵무기 최종 사용 결정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통제와 보관 임무도 미군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핵사용 시 핵공유 5개 당사국과 작전계획을 공유하고 상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나토에선 현행 핵공유 체제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앞으로 미국의 핵탑재 전략자산과 한국군 재래식 자산을 통합해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연합훈련 등을 강화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즉 지금처럼 B-52, B-1B 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보내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체코, 덴마크, 그리스, 헝가리,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등 7개 국가는 주기적으로 미국 폭격기를 엄호하는 연습에 참여해 재래식 항공 지원 임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핵협의그룹'과 나토 '핵기획그룹'…같고도 다르다
아울러 미국은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 배치하지 않는 대신 더 자주 전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 장거리 폭격기 등 3대 핵전력 가운데 SSBN을 한국에 기항토록 한다는 사례도 들었다.

미국은 2만810t급의 컬럼비아급 SSBN을 2031년까지 12척 확보할 예정이다.

이 잠수함은 현재 운용 중인 14척의 오하이오급(1만8천750t급) SSBN을 대체하는 신형 핵잠수함이다.

사거리 1만2천㎞ 이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2 D5'를 16발 탑재한다.

이 미사일은 각각 8∼12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적재하며,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천 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