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한국에 핵무기 전략의 중심 역할을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한·미 정부가 창설하기로 한 '핵 협의그룹(NCG)'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NYT는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하는 대가로 핵무기 이용을 위한 전략 계획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의 도청 의혹 폭로가 나온 뒤 양국의 동맹 관계가 위태로운 시점에 '워싱턴 선언'이 나왔다"며 "그럼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고 양국의 70년 동맹에 대해서만 찬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NYT는 '워싱턴 선언'의 의미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한국 내에 독자 핵무장에 대한 찬성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국민들에게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한 것을 첫번째 의의로 꼽았다.

이어 미국이 그동안 국방 전략에서 핵무기 역할을 줄이겠다고 약속해온 흐름에서 볼 때 '워싱턴 선언'이 이례적이라고 NYT는 평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핵을 제외한 공격 옵션을 개선해왔고 한 시간 만에 전 세계의 모든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의 정밀도와 위력을 향상시켜왔다. 하지만 한국이 줄기차게 북한의 핵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확장억제 강화를 원해왔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
비핵화 강조하던 美…"한국은 예외" 이례적 선언
NYT는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나라지만 유엔에 통보하고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으며 실제 북한은 2003년 그렇게 했다"며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 등은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워싱턴 선언'이 한·미 양국에 도움이 되는 합의로 해석했다. WSJ는 이날 미국 관리들을 인용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핵 협의에서 한국에 더 큰 발언권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핵 전력 이용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발언권을 강화해주면서도 미국의 핵 실행 통제권도 유지했다"고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의 NCG에 대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봤다.

폭스뉴스는 '워싱턴 선언'의 의미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비중있게 다뤘다. 폭스뉴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해 핵공격을 하면 정권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