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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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26일(현지시간) 3%이상 급락했다. 미국 지방 은행 위기가 재발한 데 이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원유 수요가 급감해서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며 유가가 상승할 거란 기대감도 축소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2.69달러(3.49%) 하락한 배럴당 7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3.09달러(3.83%) 내린 77.68달러로 집계됐다. WTI는 지난달 29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은행위기로 증폭된 침체 공포에…3% 내려앉은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전날 보다 유가 하락폭이 더 커졌다. 은행 위기 재발 우려로 인해 2%가량 하락한 데 이어 이날 3%씩 하락했다. 지난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116만 배럴 추가 감산을 발표하며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지난달 말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OPEC+는 다음달부터 감산을 단행한다.
은행위기로 증폭된 침체 공포에…3% 내려앉은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미국 지방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전날 50% 넘게 하락하며 은행 위기 공포가 재발한 탓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올해 1분기 예금 잔액이 전 분기 대비 41%가량 줄어들며 유동성 위기설이 번졌다. 유동성 경색으로 다른 은행도 대출 규모를 줄이면 침체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원유 재고가 줄었지만, 침체 공포에 원유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국 내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원유 재고가 약 510만 배럴 감소한 4억 609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는 150만 배럴 감소였다.

휘발유 재고는 240만 8000배럴 줄어든 2억 2113만6000배럴로 추산됐다.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57만 7000배럴 감소한 1억 1151만 3000배럴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는 70만 배럴 줄어들고,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4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 5년간 평균값을 밑돌았다. 원유 재고는 5년 평균값보다 0.5% 줄었고, 휘발유 재고는 7.2% 감소했다.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12.4% 적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하루 1220만 배럴을 기록하며 전주 대비 0.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침체 공포가 재고 감소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리트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일반적으로 원유 재고가 감소하면 유가가 상승했지만, 지금은 경기침체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