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싸다…이참에 애플 공장 유치" 日 파격 주장 이유는?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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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는 축복인가, 저주인가(4·끝)
"엔저는 일본 부활의 열쇠"
日제조업 생산성 74% 오를때 中임금 18배 늘어
고부가가치 상품, 중국보다 일본 생산이 이득
공급망서 中 배제되는데 日생산비용 한국보다 싸
"이 참에 애플 생산공장 규슈에 유치하자"
이익 늘어도 IT 투자 부진한 日기업이 과제
"엔저는 일본 부활의 열쇠"
日제조업 생산성 74% 오를때 中임금 18배 늘어
고부가가치 상품, 중국보다 일본 생산이 이득
공급망서 中 배제되는데 日생산비용 한국보다 싸
"이 참에 애플 생산공장 규슈에 유치하자"
이익 늘어도 IT 투자 부진한 日기업이 과제
역사적인 엔저(低)가 일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애플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엔저 여파로 지난해 일본의 도심 오피스 빌딩 임대료, 현지인 고용 비용 등은 한국보다 낮아졌다. 일본이 주변 경쟁국들보다 해외투자를 유치하기에 유리해 진 것이다.
특히 엔저로 인한 인건비 인하 효과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재계가 '자동차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빼곤 다 죽었다'고 자조할 정도로 제조업이 몰락한 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 탓이 컸다.
비싼 인건비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판세를 바꾼게 엔저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적어도 전자부품 업계에서 중국의 저가 경쟁력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난 25년간 일본의 전자부품과 디바이스 산업의 시간당 생산성은 74% 올랐다.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주요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제조업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이다. 그 사이 지난 25년간 중국의 임금은 18배 늘었다.
높아진 제조업 생산성에 엔저의 날개까지 달면 중국과 겨뤄볼 만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상품 분야에서 일본의 달러 기준 단위 생산액 당 노동비용은 2013년 이후 중국을 밑돌고 있다. 마키노 준이치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부가가치 상품은 중국보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쪽이 이득이라는 의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스타 칼럼리스트 나카야마 아츠시는 "이 참에 애플의 아이폰 생산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애플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정밀과 페가트론의 생산공장은 모두 중국의 남동부에 몰려있다.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기에 규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아이폰의 95%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애플은 생산거점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마모토는 중국의 애플 생산거점에 비해 중국과 떨어져 있으면서 미국과 더 가깝다. 구마모토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필수 부품이면서 소니가 세계시장 1위를 달리는 화상센서 공장도 있다. 2021년 아이폰 출하대수(약 2억4000만대)의 30% 이상이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됐다. 중국 판매량은 20%였다. 중국시장에 판매할 분량의 아이폰 생산공장만 중국에 남기고 일본과 북미시장용 아이폰의 생산 공장은 구마모토현에 유치하자는게 나카야마 아츠시의 주장이다. 엔저로 인해 생산 관련 비용이 한국보다 싸진 이 때라면 해 볼만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엔저가 일본 부활의 열쇠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엔화 약세로 벌어들인 이익을 설비투자와 같은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이익이 늘어날 때마다 설비투자를 늘렸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크게 줄었다. 골드만삭스증권에 따르면 20년 전만해도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설비투자를 1.7% 늘렸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1.1%로 줄었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 없는 지식집약적 사업을 주로 남겼다"며 "이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출이나 설비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2011년에서 2015년 달러당 엔화 가치는 70엔대에서 120엔대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미국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29%와 34%씩 늘렸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설비투자와 IT 분야 투자를 16%씩 늘리는데 그쳤다.
1990년대만 해도 설비투자에서 IT 분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과 일본이 비슷했다. 오늘날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가운데 IT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8%다. 반면 미국 기업의 IT 투자 비중은 48%에 달한다. 일본 전문가들이 이 통계를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과 테슬라가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서 탄생한 이유로 꼽는다. 한국보다 내수시장이 훨씬 크다 해도 일본이 무역으로 먹고 사는 수출 제조업 국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엔저가 일본에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결국 기업하기에 달렸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특히 엔저로 인한 인건비 인하 효과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재계가 '자동차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빼곤 다 죽었다'고 자조할 정도로 제조업이 몰락한 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 탓이 컸다.
비싼 인건비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판세를 바꾼게 엔저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적어도 전자부품 업계에서 중국의 저가 경쟁력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난 25년간 일본의 전자부품과 디바이스 산업의 시간당 생산성은 74% 올랐다.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주요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제조업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이다. 그 사이 지난 25년간 중국의 임금은 18배 늘었다.
높아진 제조업 생산성에 엔저의 날개까지 달면 중국과 겨뤄볼 만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상품 분야에서 일본의 달러 기준 단위 생산액 당 노동비용은 2013년 이후 중국을 밑돌고 있다. 마키노 준이치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부가가치 상품은 중국보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쪽이 이득이라는 의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스타 칼럼리스트 나카야마 아츠시는 "이 참에 애플의 아이폰 생산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애플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정밀과 페가트론의 생산공장은 모두 중국의 남동부에 몰려있다.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기에 규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아이폰의 95%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애플은 생산거점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마모토는 중국의 애플 생산거점에 비해 중국과 떨어져 있으면서 미국과 더 가깝다. 구마모토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필수 부품이면서 소니가 세계시장 1위를 달리는 화상센서 공장도 있다. 2021년 아이폰 출하대수(약 2억4000만대)의 30% 이상이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됐다. 중국 판매량은 20%였다. 중국시장에 판매할 분량의 아이폰 생산공장만 중국에 남기고 일본과 북미시장용 아이폰의 생산 공장은 구마모토현에 유치하자는게 나카야마 아츠시의 주장이다. 엔저로 인해 생산 관련 비용이 한국보다 싸진 이 때라면 해 볼만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엔저가 일본 부활의 열쇠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엔화 약세로 벌어들인 이익을 설비투자와 같은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이익이 늘어날 때마다 설비투자를 늘렸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크게 줄었다. 골드만삭스증권에 따르면 20년 전만해도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설비투자를 1.7% 늘렸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1.1%로 줄었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 없는 지식집약적 사업을 주로 남겼다"며 "이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출이나 설비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2011년에서 2015년 달러당 엔화 가치는 70엔대에서 120엔대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미국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29%와 34%씩 늘렸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설비투자와 IT 분야 투자를 16%씩 늘리는데 그쳤다.
1990년대만 해도 설비투자에서 IT 분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과 일본이 비슷했다. 오늘날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가운데 IT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8%다. 반면 미국 기업의 IT 투자 비중은 48%에 달한다. 일본 전문가들이 이 통계를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과 테슬라가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서 탄생한 이유로 꼽는다. 한국보다 내수시장이 훨씬 크다 해도 일본이 무역으로 먹고 사는 수출 제조업 국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엔저가 일본에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결국 기업하기에 달렸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