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쓰는 2차전지株…증시 약보합 출발 예상 [증시 개장 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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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기술주 외에는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한 게 27일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추가 감산 등으로 바닥론에 힘을 실어줄 경우 반도체주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차전지주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아 전체 증시는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0.5% 내외 하락 출발 후 삼성전자, LG화학을 비롯한 개별 기업 실적 결과에 주목하며 매물 소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는 전일 국내 증시에 대부분 반영이 됐다는 점에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미 증시에서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경기 둔화 등을 반영하며 대부분 약세를 보인 점이 한국 증시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 하락에도 반도체가 상승했고 마이크론이 급등한데다가 메타가 시간 외에서 급등하고 있어 국내 증시는 약보합 출발할 전망"이라고 했다. 염 이사는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환율 상승, 외국인 매도 부담, 경기 부담 등이 악재로 작용 중"이라며 "하지만 반도체 바닥론에 대한 힘이 실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2차전지가 부진하고 중국 관련 경기민감 제조업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을 못하고 있어 시장의 상승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3개월간의 상승이 끝나고 1~2개월 정도의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천리, 대성홀딩스 등 지난 24일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이 전일까지도 하한가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 중소형주 및 코스닥 전반의 수급 여건을 왜곡시키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빅테크의 실적 호조에도 지역은행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혼조세를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지수는 0.68% 하락한 33,301.87, S&P500지수는 0.38% 떨어진 4,055.99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47% 상승한 11,854.35로 마감했다.
전날 시장을 짓눌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또다시 30%가량 폭락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이 모색 중인 민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 은행의 평가 등급을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
개장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를 일부 개선했다. MS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발표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는 경쟁사인 아마존의 주가까지 끌어올렸다. MS와 아마존의 주가는 각각 7%, 2%가량 올랐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발표했다. 다만 지난 20년간 빠른 성장세를 구가해온 알파벳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알파벳의 주가는 0.1%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술기업들의 실적 호조에도 여전히 은행 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축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피트캐피털그룹의 댄 아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문제는 확실히 우리가 아직 숲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92조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이 영국에서 막혔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6일(현지시간)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MS는 지난해 초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했다. 이는 MS가 지금까지 추진한 인수합병 거래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콜 오브 듀티'와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중요한 게임 콘텐츠의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MS의 유리함이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가 대책을 제시했지만 경쟁 저하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경쟁시장청은 말했다. 경쟁시장청은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관해 작년 9월 심화 검토에 들어갔고 올해 2월 이번 거래로 클라우드 게임에서 MS의 영향이 더 강해지고 경쟁이 축소될 것이라는 잠정 결과를 내놨다.
BBC 등에 따르면 MS와 블리자드는 즉시 항소 방침을 밝혔다. 블리자드 대변인은 "경쟁시장청의 보고서는 IT 사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나라가 되겠다는 영국의 야심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MS가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하려면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 경쟁당국은 다음 달 22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월 MS의 블리자드 인수로 게임 시장의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전문가가 영국 경쟁시장청의 불승인 결정을 거래 종료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 관련 전문가 애런 글릭은 "영국에서 반독점 결정에 항소해서 성공한 적이 없다"며 "MS가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7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감산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 언급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 실적을 공시하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수요가 부진하고 재고가 늘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탓이다.
이날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까지 공개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에는 갤럭시 S23 출시 효과로 모바일경험(MX) 부문이 모처럼 호실적을 내며 반도체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지만, 2분기에는 MX 부문 실적도 둔화하며 전사 기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동참한 만큼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이제 모든 공급업체가 감산에 돌입하고 이에 따른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중에는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 결정 배경과 향후 시장 전망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감산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 밝힐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과연 시장이 생각하는 정도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고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4월에도 제조업 체감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 화학 제품·자동차 경기가 개선됐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게 나타나는 등 업종별로 상황은 달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과 같은 70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 2월(63)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3∼4월 70을 나타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재고가 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3포인트)가 하락했고, 철강 제품 가격이 내리면서 1차 금속(-9포인트) 체감경기도 악화했다.
반면 글로벌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화학물질·제품(8포인트)이 상승했으며,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생산·수출이 늘어나며 자동차(6포인트) 경기도 개선됐다.
제조업 업황 BSI는 대기업이 1포인트 하락했으나 중소기업은 2포인트 상승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기준으로는 모두 전월과 같았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 위주로 BSI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무역적자가 커지는 등 수출이나 대기업은 (업황이) 좋지 않지만, 중소기업 중 반도체 장비나 1차금속 업종의 일부 기업은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4월 비제조업 업황 BSI(74)도 전월과 같았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건설공사 진행률 증가, 토목공사 신규 수주 증가 등으로 건설업(7포인트)의 상승 폭이 컸다. 반면 도소매업(-4포인트), 정보통신업(-6포인트) 등은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4월 전산업 업황 BSI는 72로, 전월과 같았다. 5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74)는 한 달 새 1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72)에서 3포인트, 비제조업(76)에서 1포인트 높아졌다.
이달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32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가운데 2753곳이 설문에 답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국내 증시 약보합 출발 전망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0.5% 내외 하락 출발 후 삼성전자, LG화학을 비롯한 개별 기업 실적 결과에 주목하며 매물 소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는 전일 국내 증시에 대부분 반영이 됐다는 점에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미 증시에서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경기 둔화 등을 반영하며 대부분 약세를 보인 점이 한국 증시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 하락에도 반도체가 상승했고 마이크론이 급등한데다가 메타가 시간 외에서 급등하고 있어 국내 증시는 약보합 출발할 전망"이라고 했다. 염 이사는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환율 상승, 외국인 매도 부담, 경기 부담 등이 악재로 작용 중"이라며 "하지만 반도체 바닥론에 대한 힘이 실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2차전지가 부진하고 중국 관련 경기민감 제조업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을 못하고 있어 시장의 상승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3개월간의 상승이 끝나고 1~2개월 정도의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천리, 대성홀딩스 등 지난 24일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이 전일까지도 하한가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 중소형주 및 코스닥 전반의 수급 여건을 왜곡시키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은행발 불확실성 지속되는 美 증시
미국 뉴욕증시는 빅테크의 실적 호조에도 지역은행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혼조세를 보였다.
26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지수는 0.68% 하락한 33,301.87, S&P500지수는 0.38% 떨어진 4,055.99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47% 상승한 11,854.35로 마감했다.
전날 시장을 짓눌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또다시 30%가량 폭락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이 모색 중인 민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 은행의 평가 등급을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
개장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를 일부 개선했다. MS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발표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는 경쟁사인 아마존의 주가까지 끌어올렸다. MS와 아마존의 주가는 각각 7%, 2%가량 올랐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발표했다. 다만 지난 20년간 빠른 성장세를 구가해온 알파벳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알파벳의 주가는 0.1%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술기업들의 실적 호조에도 여전히 은행 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축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피트캐피털그룹의 댄 아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문제는 확실히 우리가 아직 숲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제동 걸린 MS의 블리자드 인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92조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이 영국에서 막혔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6일(현지시간)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MS는 지난해 초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했다. 이는 MS가 지금까지 추진한 인수합병 거래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콜 오브 듀티'와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중요한 게임 콘텐츠의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MS의 유리함이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가 대책을 제시했지만 경쟁 저하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경쟁시장청은 말했다. 경쟁시장청은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관해 작년 9월 심화 검토에 들어갔고 올해 2월 이번 거래로 클라우드 게임에서 MS의 영향이 더 강해지고 경쟁이 축소될 것이라는 잠정 결과를 내놨다.
BBC 등에 따르면 MS와 블리자드는 즉시 항소 방침을 밝혔다. 블리자드 대변인은 "경쟁시장청의 보고서는 IT 사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나라가 되겠다는 영국의 야심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MS가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하려면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 경쟁당국은 다음 달 22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월 MS의 블리자드 인수로 게임 시장의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전문가가 영국 경쟁시장청의 불승인 결정을 거래 종료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 관련 전문가 애런 글릭은 "영국에서 반독점 결정에 항소해서 성공한 적이 없다"며 "MS가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오늘 실적 발표
삼성전자가 27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감산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 언급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 실적을 공시하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수요가 부진하고 재고가 늘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탓이다.
이날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까지 공개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에는 갤럭시 S23 출시 효과로 모바일경험(MX) 부문이 모처럼 호실적을 내며 반도체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지만, 2분기에는 MX 부문 실적도 둔화하며 전사 기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동참한 만큼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이제 모든 공급업체가 감산에 돌입하고 이에 따른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중에는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 결정 배경과 향후 시장 전망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감산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 밝힐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과연 시장이 생각하는 정도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고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조업 체감경기 부진 지속
4월에도 제조업 체감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 화학 제품·자동차 경기가 개선됐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게 나타나는 등 업종별로 상황은 달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과 같은 70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 2월(63)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3∼4월 70을 나타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재고가 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3포인트)가 하락했고, 철강 제품 가격이 내리면서 1차 금속(-9포인트) 체감경기도 악화했다.
반면 글로벌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화학물질·제품(8포인트)이 상승했으며,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생산·수출이 늘어나며 자동차(6포인트) 경기도 개선됐다.
제조업 업황 BSI는 대기업이 1포인트 하락했으나 중소기업은 2포인트 상승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기준으로는 모두 전월과 같았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 위주로 BSI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무역적자가 커지는 등 수출이나 대기업은 (업황이) 좋지 않지만, 중소기업 중 반도체 장비나 1차금속 업종의 일부 기업은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4월 비제조업 업황 BSI(74)도 전월과 같았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건설공사 진행률 증가, 토목공사 신규 수주 증가 등으로 건설업(7포인트)의 상승 폭이 컸다. 반면 도소매업(-4포인트), 정보통신업(-6포인트) 등은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4월 전산업 업황 BSI는 72로, 전월과 같았다. 5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74)는 한 달 새 1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72)에서 3포인트, 비제조업(76)에서 1포인트 높아졌다.
이달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32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가운데 2753곳이 설문에 답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