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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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1분기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기아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기아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익 10조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주요 증권사는 기아의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메리츠·대신·유안타증권이다. 이들 증권사는 목표가를 1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목표가를 14만원으로 유지했다. 이 외에도 키움증권(11만5000원→12만5000원), NH투자증권(11만원→12만원), 하나증권(11만원→12만원) 등이 목표가를 높였다.

"기아, 가동률 회복·고환율·낮은 인센티브 덕에 '역대급 실적' 기록"

증권사들이 기아를 호평한 배경엔 어닝 서프라이즈가 있다. 전날 기아는 올 1분기 매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1%, 78.9% 급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임에도 작년 4분기에 기록했던 사상 최대 실적을 한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오른 12.1%였다. GM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7.4%, 도요타와 BMW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6.8%, 8.6%였다.

기아의 실적에 대해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가동률 상승, 수익성 위주의 제품 비중 개선, 우호적인 환율 등이 호실적에 기여했다"며 "미국·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1분기 평균 120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1276원으로 5.9% 올랐다.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 수수료)를 낮춘 점도 기아의 실적에 기여했다. 기아는 연초부터 촉발된 자동차 가격 인하 경쟁 가운데서도 올 1분기 미국 내 인센티브가 671달러로 작년(682달러)보다 더 낮아졌다. 유안타증권은 기아가 인센티브를 절감해 189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거뒀다고 평가했다.
1분기 '깜짝 실적' 기아…증권가 "연간 영업익 10조 돌파한다"
2분기에도 기아의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는 연간 자동차 판매 사이클의 최성수기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재고를 확충해 EV6, 니로EV의 판매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스포티지, 쏘렌토 등 레저용 차량(RV)의 판매량도 증가해 북미 시장의 매출 기여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는 2분기 전 세계 시장 전기차(BEV) 목표 판매량을 6만대로 제시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영업일 수가 늘어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플릿 판매(렌터카 등 법인에 파는 물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환율 계속 올라 기아에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 연간 영업익 10조원 돌파 전망"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전문가도 있었다. 앞서 기아는 올해를 포함 향후 5년간 매년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을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25일 기아는 2245억원 상당의 자사주 331만9144주를 소각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주주환원정책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믿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아의 실적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하향 안정화할 것이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당장 기아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딜러의 재고 보충 수요가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효과가 약해질 수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수익 체계를 굳힌 기아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를 겨냥하고 있다. 많은 증권사가 올해 기아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기아는 지난 1월 올해 목표 매출을 작년보다 12.7% 늘린 97조6000억원, 영업이익을 28.6% 늘린 9조3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 목표치는 9.5%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