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서 '초호화 파티'까지…'위스키 호구' 된 한국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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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호구' 한국에 융단폭격
스카치 위스키의 '고가 마케팅'
스카치 위스키의 '고가 마케팅'
윈저, 조니워커 등을 수입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다음 달 서울 장충동의 한 대형 호텔에서 ‘위스키 파티’를 연다. 연예인 등 ‘셀럽’들을 초청해 초고가 제품들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종의 ‘명품 마케팅’이다.
‘유흥주점의 술’로 유명한 임페리얼 판매에 주력했던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요즘은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발렌타인 40년산을 선보인 데 이어 27일엔 24캐럿 금으로 상자를 장식한 로열 살루트 53년산을 내놨다. 각각 국내에 6병, 1병만 들여오는 위스키다. ‘그림의 떡’인 셈인데, 희소성을 앞세운 전형적인 초고가 전략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22 회계연도(2012년 7월~2022년 6월, 31기)에 1598억원 매출에 2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32%, 53% 증가했다. 올해는 1분기까지 실적만으로 이미 지난 1년간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페르노리카임페리얼까지 합쳐 최고 매출을 찍었던 2018년(1858억원) 매출을 넘길 가능성도 크다.
디아지오코리아(윈저글로벌 포함)의 매출도 2022 회계연도(43기)에 15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윈저글로벌의 실적만 공개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경영 방식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우선 본사로부터 상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들여와 국내에 최대한 비싸게 판다. 이때 고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광고선전비를 매출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집행한다.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고급 백화점에 상시 팝업 매장을 열고, 5성급 호텔에서 위스키 파티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으로 비용을 지출하면 법인세로 한국에 내야 할 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세금까지 내고 남는 당기순이익은 100% 본사에 배당한다. 스카치위스키 양대 수입사가 ‘1년 농사’를 마무리 짓는 방식이다.
매출총이익으로 남은 1195억원 중 페르노리카코리아는 800억원을 판관비로 집행했다. 이 중 광고선전비 항목으로 잡힌 금액만 524억원에 달했다. 직원 급여(114억원)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고, 연간 기부금(1억2000만원)의 수백 배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영업이익 394억원 중 기부금 등 영업외비용을 제하고, 법인세 103억원을 냈다. 293억원의 순이익은 전액 페르노이드 리카르드 아시아(Pernod Ricard Asia)에 배당으로 보냈다.
31기를 포함해 최근 3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본사에 보낸 배당금 총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그 사이 국내에 있던 병입 공장은 타사에 팔아버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아예 저가 위스키인 윈저글로벌을 매각하려고 한다”며 “블랙핑크 멤버인 리사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K콘텐츠를 활용해 아시아의 고가 위스키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스카치위스키 수입사들은 올 초부터 위스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바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J&B 등의 가격을 평균 5~10% 올렸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발렌타인(5.5~14.3%), 로열 살루트(5.8~17.8%), 시바스 리갈(최대 9.6%) 등의 위스키 품목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위스키 수입사들은 물류비 및 위스키 원액 상승 탓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각종 초호화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만 줄여도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수입사들은 오히려 명품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분을 체감하지 못하도록 착시 효과를 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스키값이 비싼 것에 대해 종가세로 부과되는 세금 방식 때문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상 나타난 숫자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31기 재무제표에서 402억원의 매출원가엔 현지 운송비, 보험료에 각종 세금(주세, 교육세, 부가세)이 포함돼 있다.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하이트진로만 해도 원가 비중이 57%(지난해 실적 기준)에 달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하면서 한국을 ‘위스키 호구’로 간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유흥주점의 술’로 유명한 임페리얼 판매에 주력했던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요즘은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발렌타인 40년산을 선보인 데 이어 27일엔 24캐럿 금으로 상자를 장식한 로열 살루트 53년산을 내놨다. 각각 국내에 6병, 1병만 들여오는 위스키다. ‘그림의 떡’인 셈인데, 희소성을 앞세운 전형적인 초고가 전략이다.
매출의 3분의 1을 초호화 마케팅에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 스카치(스코틀랜드)위스키 양대 수입사가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각각 수백억 원을 ‘광고 선전’에 쏟아붓는 등 ‘융단 폭격’에 가깝다. 국내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위스키 열풍’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올 회계연도(6월 결산)에 역대 최고 실적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22 회계연도(2012년 7월~2022년 6월, 31기)에 1598억원 매출에 2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32%, 53% 증가했다. 올해는 1분기까지 실적만으로 이미 지난 1년간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페르노리카임페리얼까지 합쳐 최고 매출을 찍었던 2018년(1858억원) 매출을 넘길 가능성도 크다.
디아지오코리아(윈저글로벌 포함)의 매출도 2022 회계연도(43기)에 15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윈저글로벌의 실적만 공개하고 있다.
두 회사의 경영 방식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우선 본사로부터 상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들여와 국내에 최대한 비싸게 판다. 이때 고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광고선전비를 매출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집행한다.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고급 백화점에 상시 팝업 매장을 열고, 5성급 호텔에서 위스키 파티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으로 비용을 지출하면 법인세로 한국에 내야 할 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세금까지 내고 남는 당기순이익은 100% 본사에 배당한다. 스카치위스키 양대 수입사가 ‘1년 농사’를 마무리 짓는 방식이다.
번 돈은 100% 본사 배당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 3년 간 배당총액만 600억원
페르노리카코리아의 31기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이 같은 경영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1598억원 매출에 매출원가는 402억원이다. 쉽게 말해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로열 살루트, 글렌리벳, 앱솔루트 등의 위스키를 402억원에 들여와 판매처에 넘긴 총액(출고가×병 수)이 1598억원이라는 얘기다.매출총이익으로 남은 1195억원 중 페르노리카코리아는 800억원을 판관비로 집행했다. 이 중 광고선전비 항목으로 잡힌 금액만 524억원에 달했다. 직원 급여(114억원)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고, 연간 기부금(1억2000만원)의 수백 배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영업이익 394억원 중 기부금 등 영업외비용을 제하고, 법인세 103억원을 냈다. 293억원의 순이익은 전액 페르노이드 리카르드 아시아(Pernod Ricard Asia)에 배당으로 보냈다.
31기를 포함해 최근 3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본사에 보낸 배당금 총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그 사이 국내에 있던 병입 공장은 타사에 팔아버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아예 저가 위스키인 윈저글로벌을 매각하려고 한다”며 “블랙핑크 멤버인 리사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K콘텐츠를 활용해 아시아의 고가 위스키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스카치위스키 수입사들은 올 초부터 위스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바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J&B 등의 가격을 평균 5~10% 올렸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발렌타인(5.5~14.3%), 로열 살루트(5.8~17.8%), 시바스 리갈(최대 9.6%) 등의 위스키 품목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위스키 수입사들은 물류비 및 위스키 원액 상승 탓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각종 초호화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만 줄여도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수입사들은 오히려 명품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분을 체감하지 못하도록 착시 효과를 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스키값이 비싼 것에 대해 종가세로 부과되는 세금 방식 때문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상 나타난 숫자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31기 재무제표에서 402억원의 매출원가엔 현지 운송비, 보험료에 각종 세금(주세, 교육세, 부가세)이 포함돼 있다.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하이트진로만 해도 원가 비중이 57%(지난해 실적 기준)에 달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하면서 한국을 ‘위스키 호구’로 간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