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일  오후 '일본의 권리를 지키는 시민 모임' 등 일본 극우 단체 회원들이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벌인 반한(反韓) 시위 현장에서 '한국정벌' 펼침막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 1일 오후 '일본의 권리를 지키는 시민 모임' 등 일본 극우 단체 회원들이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벌인 반한(反韓) 시위 현장에서 '한국정벌' 펼침막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의 한 극우 인사가 최근 한국 여행객들을 조롱하는 혐한성 기고문을 낸 것에 대해 "열등감이 굉장히 큰 것 같다"고 응수했다.

서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요즘 K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잘 나가다 보니 세계인들이 일본보다 한국을 더 주목하기에 배가 많이 아팠나 보다"라면서 이렇게 적었다.

서 교수는 "여행이란 건 그 나라 사람들의 실생활을 경험하는, 즉 대중문화를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이 워낙에 편의점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편의점 음식을 체험하는 게 싸구려 여행인가. 당신 스스로 일본의 대표 대중문화(편의점 문화)를 싸구려로 폄훼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 교수는 "일본 여행하러 와서 돈 적게 쓴다고, 앞으로는 그 지역의 명물 요리를 먹는 등 제발 돈 좀 많이 써 달라는 '구걸하는 꼴'로 밖에 안 보인다"며 "일본이 많이 힘든가 보다. 일본 내 문화를 존중받고 싶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알아야만 한다.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일본의 한 극우 인사의 기고문. / 사진=서경덕 교수 SNS
일본의 한 극우 인사의 기고문. / 사진=서경덕 교수 SNS
앞서 일본에서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무로타니 카츠미(室谷克實)는 지난 20일 일본 보수 언론인 산케이신문 계열 유칸(夕刊)후지에 기고문을 내고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편의점 도시락 등 저렴한 음식을 찾는다고 주장하며 "기이하다"고 비판했다.

무로타니는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맹렬한 기세로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인터넷에는 젊은 세대가 쓴 '일본 여행기'가 많이 올라와 있는데, 그걸 읽어 보면 그들이 왜 일본에 오는 것인지 매우 기이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 다녀간 한국 젊은이들의 인터넷 게시글에는 대개 사진이 첨부되는데 번화가나 명소, 유적지를 촬영한 것도 있지만, 자기가 먹은 음식을 찍은 것이 상당히 많다"며 "싸구려 선술집의 조잡한 모둠 생선회, 회전 초밥, 패스트푸드, 편의점 도시락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행을 오면 조금 고급스러운 가게에서 그 지역의 명물 요리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구식인가"라면서 짧은 일정으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속내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호텔보다는 민박이나 캡슐호텔에서 묵고, 사우나에서 자면서 숙박비를 아꼈다는 일부 한국 여행객들의 후기를 전하면서 "이것이 일본보다 임금 수준이 높아졌다는 나라 젊은이들의 모습이냐"며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 '부끄러움'에서 탈출하기 위한 싸고 간편한 방법이 '일본행'인 것"이라고 했다.

무로타니는 지난 2월에도 같은 매체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에르메스' 빈 상자를 배경으로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를 차고 자랑질을 위해 사진 찍는다"며 "한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외화내빈(外華內貧·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텅 비었다)의 나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로타니는 그동안 '악한론', '붕한(붕괴하는 한국)론', '매한(어리석은 한국)론', '한국은 배신한다' 등 혐한류 책을 펴낸 바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