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 조성진 VS 야생마 임윤찬…누가 원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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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임윤찬 중에 누가 더 잘 치나요?"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 있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주제'다. 열살 터울인 두 사람(조성진 1994년생, 임윤찬 2004년생)은 '티켓 파워'로 놓고볼 때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의 쌍두마차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조성진과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임윤찬은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어떤 부류의 임윤찬 팬은 조성진을 '디스'하고, 반대로 조성진 팬 가운데 일부는 임윤찬을 상대적으로 낮게 본다.
그래서 아르떼 공연팀이 여러 연주자와 클래식 전문가, 애호가들에게 물었다. "조성진, 임윤찬 가운데 누가 '원톱'이냐"고.
그들(대부분 익명 요청)이 내놓은 답은 한결같았다. "질문이 잘못됐다", "우문(愚問)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워낙 다르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간 서열을 매기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다. 임윤찬과 조성진의 연주는 완전히 다르다. 전문가들은 "조성진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정제된 아름다움', '서정성', '세련미'라면 임윤찬의 키워드는 '개성', '강렬', '야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연주자는 "조성진이 교과서처럼 정석에 가깝고 아름답게 치는 '전교 1등 모범생'이라면 임윤찬은 자기 나름의 느낌으로 곡을 재해석하는 '조용한 천재'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황진규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이 치는 드뷔시는 세계 최정상급"이라며 "조성진은 감정이 지나칠 경우 매력이 반감되는 작품에서 특히 돋보인다"고 극찬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도 "조성진은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게 끌고나가는 힘이 대단하다"며 "이제는 조성진 석자로 믿고 들을 수 있는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음악인들도 조성진의 깊이와 서정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 시대 최고 지휘자중 한명인 사이먼 래틀은 조성진을 두고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평했다. '까칠한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폴란드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조성진을 두고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조성진은 평소에도 과장되거나 뜬구름 잡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음악에 있어서도 솔직담백하게 접근한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주자로서의 개성'에 대한 질문에 "가장 나다운 연주가 개성있는 연주", "개성이라는건 괴짜같거나 특이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가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그랬다. 임윤찬은 열정적인 감정과 화려한 요소가 어우러진 이 곡과 혼연일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연주에 감격해 당시 지휘자였던 말린 울솝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표본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임윤찬을 조성진과 차별화시키는 대목이다. 황 평론가는 임윤찬을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에 비유했다. 그는 "많은 젊은 첼리스트들이 그의 연주를 따라하려다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며 "임윤찬 역시 누가 따라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허 평론가는 임윤찬의 연주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으로 '음악에 대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지금껏 익히 봤던 해석과 연주 방식이 아니라 과감한 도전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임윤찬이 20세기 초 거장 연주자들에 대해 "(유튜브나 TV로 다른 연주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옛날 연주자들은 악보와 피아노 사이에서 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한 걸 보면, 그가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뭔지 엿볼 수 있다.
조성진은 작년 2월 빈 필하모닉과 함께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올 11월에는 베를린필과 협연한다. 2017년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대신해 대타 연주를 한 이후 베를린필부터 다시 초정받았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2곳을 섭렵한 건 동년배 한국인 중 조성진 뿐일 것이다.
갓 성인이 된 임윤찬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임윤찬은 올해 뉴욕필하모닉, 내년에는 보스턴 심포니 등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했는데 벌써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 기회를 잡았다. 별 문제 없다면 조성진처럼 세계 최정상급 반열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을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해외에서는 콩쿠르 성적보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느냐', '관객 평가가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며 "조성진, 임윤찬과 같은 걸출한 피아니스트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최다은/김수현 기자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 있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주제'다. 열살 터울인 두 사람(조성진 1994년생, 임윤찬 2004년생)은 '티켓 파워'로 놓고볼 때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의 쌍두마차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조성진과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임윤찬은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어떤 부류의 임윤찬 팬은 조성진을 '디스'하고, 반대로 조성진 팬 가운데 일부는 임윤찬을 상대적으로 낮게 본다.
그래서 아르떼 공연팀이 여러 연주자와 클래식 전문가, 애호가들에게 물었다. "조성진, 임윤찬 가운데 누가 '원톱'이냐"고.
그들(대부분 익명 요청)이 내놓은 답은 한결같았다. "질문이 잘못됐다", "우문(愚問)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워낙 다르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간 서열을 매기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다. 임윤찬과 조성진의 연주는 완전히 다르다. 전문가들은 "조성진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정제된 아름다움', '서정성', '세련미'라면 임윤찬의 키워드는 '개성', '강렬', '야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연주자는 "조성진이 교과서처럼 정석에 가깝고 아름답게 치는 '전교 1등 모범생'이라면 임윤찬은 자기 나름의 느낌으로 곡을 재해석하는 '조용한 천재'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절제미의 조성진…"건반 위의 시인"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기에 각자 어울리는 '찰떡 레퍼토리'도 다르다. 조성진은 드뷔시, 라벨과 같은 프랑스 작곡가 레퍼토리를 멋지게 소화한다는 평가다.황진규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이 치는 드뷔시는 세계 최정상급"이라며 "조성진은 감정이 지나칠 경우 매력이 반감되는 작품에서 특히 돋보인다"고 극찬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도 "조성진은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게 끌고나가는 힘이 대단하다"며 "이제는 조성진 석자로 믿고 들을 수 있는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음악인들도 조성진의 깊이와 서정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 시대 최고 지휘자중 한명인 사이먼 래틀은 조성진을 두고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평했다. '까칠한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폴란드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조성진을 두고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조성진은 평소에도 과장되거나 뜬구름 잡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음악에 있어서도 솔직담백하게 접근한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주자로서의 개성'에 대한 질문에 "가장 나다운 연주가 개성있는 연주", "개성이라는건 괴짜같거나 특이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독창적인 임윤찬…신들린 연주로 청중 매료
임윤찬이 강한 레퍼토리는 낭만주의 작품들이다. 정서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작품에서 더 힘을 발휘한다는 얘기다.그가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그랬다. 임윤찬은 열정적인 감정과 화려한 요소가 어우러진 이 곡과 혼연일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연주에 감격해 당시 지휘자였던 말린 울솝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표본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임윤찬을 조성진과 차별화시키는 대목이다. 황 평론가는 임윤찬을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에 비유했다. 그는 "많은 젊은 첼리스트들이 그의 연주를 따라하려다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며 "임윤찬 역시 누가 따라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허 평론가는 임윤찬의 연주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으로 '음악에 대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지금껏 익히 봤던 해석과 연주 방식이 아니라 과감한 도전 속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임윤찬이 20세기 초 거장 연주자들에 대해 "(유튜브나 TV로 다른 연주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옛날 연주자들은 악보와 피아노 사이에서 음악을 찾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한 걸 보면, 그가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뭔지 엿볼 수 있다.
○이들과 같은 시대 산다는 건 '행운'
두 사람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만큼 그들이 쌓는 커리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조성진은 작년 2월 빈 필하모닉과 함께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올 11월에는 베를린필과 협연한다. 2017년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대신해 대타 연주를 한 이후 베를린필부터 다시 초정받았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2곳을 섭렵한 건 동년배 한국인 중 조성진 뿐일 것이다.
갓 성인이 된 임윤찬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임윤찬은 올해 뉴욕필하모닉, 내년에는 보스턴 심포니 등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했는데 벌써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 기회를 잡았다. 별 문제 없다면 조성진처럼 세계 최정상급 반열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을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해외에서는 콩쿠르 성적보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느냐', '관객 평가가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며 "조성진, 임윤찬과 같은 걸출한 피아니스트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최다은/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