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동단체 위원장 집회 신청 취소…"극심한 압박 받아"
"홍콩 노동절 집회 신청인, 4시간 실종됐다 돌아와 신청 철회"
홍콩에서 다음달 1일 노동절 집회를 신청했던 전 노동단체 위원장이 4시간 동안 실종됐다가 돌아온 뒤 집회 신청을 철회했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데니 토 전 홍콩직공회연맹(HKCTU) 간부는 전날 오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 웡 HKCTU 전 위원장이 오전 7시 30분부터 사라졌으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토는 이어 오후 1시30분께 새로 올린 글에서 웡 전 위원장이 연행됐다가 오전 11시30분께 "다시 자유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웡 전 위원장이 체포된 것은 아니었지만 정서적으로 붕괴됐고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면서 그가 노동절 집회 신청을 철회했다고 알렸다.

이어 국가안보 사건 관련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홍콩국가보안법 63조에 따라 웡 전 위원장이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웡 전 위원장은 집회의 권리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나는 그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를 신청할 때 이미 이같은 결과를 예상했었다면서 "이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은 전날 저녁 노동절 집회 신청이 철회됐다고 확인하면서 다음 달 1일 불법집회를 할 경우 최대 5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장관)은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가 웡 전 위원장과 대화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집회 신청 철회 사유는 신청인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웡 전 위원장 등은 2주 전 경찰에 500명이 참석하는 노동절 집회를 하겠다며 당국에 집회 신청을 했다.

1990년 설립된 HKCTU는 홍콩 최대 노동단체로 성장했으나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당국의 압박 속에 2021년 10월 자진 해산했다.

지난달 9일에는 엘리자베스 탕 전 HKCTU 비서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에게는 '외국 또는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혐의'가 적용됐다.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가 이뤄진 것은 10개월 만으로, 당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 안보 위험의 싹을 자르라고 지시한 직후 이뤄졌다.

웡 전 위원장 등 전 HKCTU 간부들은 탕 전 비서관 체포와 관련해 지난달 국가안전처에서 조사를 받았다.

HKFP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2020년 시작되기 전에는 홍콩에서 매년 노동절이면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의 참가자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웡 전 위원장 외에 앞서 친중 노동단체도 노동절 집회를 신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HKMAO)의 샤바오룽 주임이 16일 홍콩을 찾아 "시위는 유일한 의견 표현법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직후 신청을 철회했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집회와 시위가 사라졌던 홍콩에서 올해 들어 소규모 집회가 일부 다시 허용되고 있지만 참가자들은 목에 식별을 위한 번호표를 걸어야 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