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이슈 POLL

전문가 5명 중 4명, 현재 삼성전자 매수 기회로 판단
반도체 감산 효과 기대감…하반기부턴 실적 개선 전망
IT기기 등 전방산업 위축 우려…당장 실적 개선 어렵단 분석도
[마켓PRO] 삼성전자 지금 사도 될까…"전문가 5명 중 4명 매수 기회"
한경 마켓PRO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5명에게 반도체 업황 바닥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 매수할지 물어봤다. 이 중 4명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 매수할 때로 판단했다. 나머지 1명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은 여전히 변수라는 전망에서 매수 시점이 아니라고 봤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6.8% 급등했다. 반도체 불황이 길어지자 삼성전자는 감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까지 메모리 업계의 감산 행렬에 동참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메모리 가격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감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DDR4 16기가비트(Gb) 2666 D램의 현물 가격은 1년 1개월 만에 소폭 반등(0.78%)했다. 그동안 하락하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반도체 업황의 '상저하고' 흐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자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4조원가량 사들였다.

이번 마켓이슈 POLL에 참여한 전문가 대부분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도체 섹터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현 삼성전자 주가는 올 상반기 예상되는 부진한 실적이 선반영된 가격"이라며 "하반기 실적 개선과 주가의 우상향 추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대규모 적자 소식에도 전 거래일 보다 500원(0.78%) 오른 6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4조5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증권가에선 4조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예상했으나 시장 예상치보다 더 부진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 현 주가는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반도체 연구원은 "미래 먹거리로 지목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약 챗GPT와 같은 기술이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될 경우 다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올 것인데,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을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소 수십억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다루는 초거대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한경 DB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한경 DB
외국계 투자은행(IB)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과 외국계 IB가 삼성전자 목표가를 높이는 것은 매수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매수 시점이라고 보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이 하반기에 효과를 보이겠으나 당장의 실적 개선까진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반도체 수요와 밀접하게 연관된 IT기기 등 전방산업이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위축돼 있다.

아직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고 조언한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란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감산 효과로 하반기에 주가가 무조건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전방산업의 수요 등 관련 지표를 확인한 뒤 삼성전자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