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힘입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경기 악화와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한 충당금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더 쌓았지만 이자이익이 이를 만회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데다 코로나19 때 이뤄진 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뛰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주 ‘KB’·은행 ‘하나’ 1위

충당금 두 배 쌓고도…4대 금융지주 순익 증가
2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KB 신한 하나와 지난 24일 실적을 내놓은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합계 순이익은 4조899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4조5870억원)보다 6.8% 늘어난 것으로 2년 연속 1분기 순이익이 4조원을 넘겼다.

4대 금융 가운데 최대 실적을 거둔 곳은 KB금융으로 1조497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지난해 1분기보다 2.5%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0.2% 늘어난 1조3880억원의 순익을 냈다. 1조1022억원의 순익을 거둔 하나금융은 증가율(22.1%)이 4대 금융 중 가장 컸다.

작년 1분기 연 1.25%였던 기준금리가 올 1분기 연 3.5%로 상승한 데 따른 이자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7856억원으로 작년보다 5.1%, 신한금융은 2조5401억원으로 2% 늘었다. 하나금융의 이자이익도 전년보다 7.8% 증가한 2조175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2조2188억원)을 포함한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만 9조7195억원에 달했다.

4대 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하나은행은 외환 매매이익과 수수료 수입 등 비이자이익이 증가하면서 1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5.5% 늘어난 970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 이어 ‘리딩뱅크(1등 순이익 은행)’에 올랐다. 국민은행은 321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 탓에 전년에 비해 순이익이 4.7% 줄어든 9315억원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7.9% 증가한 9315억원으로 순이익이 국민은행과 같았다. 기업은행도 이날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늘어난 723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증권 ‘웃고’·카드 ‘울고’

비은행 부문을 보면 증권사와 보험사는 주식 거래 증가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적용 효과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의 1분기 순익은 1406억원과 2538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3.0%, 25.7%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익도 작년보다 14.3% 늘어난 119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조달 비용이 늘어난 탓에 신한카드(1667억원)와 KB국민카드(820억원)의 순익은 각각 5.2%, 31% 줄었다.

4대 금융의 1분기 실적은 막대한 충당금 적립액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1분기에 전년보다 358.3% 급증한 6682억원의 충당금을 새로 쌓았다. 신한금융(4610억원·전년 대비 89.2%) 하나금융(3432억원·108.5%) 우리금융(2614억원·57.3%) 등 4대 금융이 추가로 적립한 충당금은 1조7338억원에 이른다. 작년 1분기(7256억원)에 비해 138.9%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은 주당 510원의 분기 배당을 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1분기 배당금을 주당 525원으로 결정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하나금융도 주당 600원을 배당한다.

김보형/정의진/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