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 선임연구원 "세계경제 간신히 추락않고 떠 있는 비행기 같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로스쿨 폴차이중국센터 선임연구원(사진)은 27일 “추가 충격이 발생하면 글로벌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치 연구원은 이날 ‘202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현재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추세적 성장률인 3.5%와 침체의 기준점인 2.5% 사이에 있다고 지적하며 ‘스톨 스피드(stall speed)로 날고 있는 비행기’와 같다고 했다. 스톨 스피드는 항공기가 수평 고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하기 위한 최저 속도로, 이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추락한다.

로치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스톨 스피드 지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예측하지 못한 부정적 사태가 추가로 생기면 글로벌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IMF에 따르면 2028년까지의 세계 경제성장률은 2.8% 안팎 수준이다.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실수라고 봤다. 로치 연구원은 “과도한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에 금융시스템에 너무 많은 유동성이 투입됐다”며 “그 결과 중앙은행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렵다고도 했다. 로치 연구원은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코로나 전의 2%가 아니라 3~4%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중앙은행으로선 실망스러운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도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블록화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증가율이 2%까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1% 상승할 것이란 IMF와 유럽중앙은행의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미·중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낮은 단계부터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늘리고 비자 관련 제약을 완화하는 등 민감하지 않은 영역부터 개방하자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