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수백억 '월세사기'…금융권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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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번엔 충북 음성에서 수백 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월세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월세사기 일당은 오피스텔 소유주인 우리은행을 속이고 보증금과 월세 수십억 원을 4년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약 200억원을 대출해 준 새마을금고 역시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충북 음성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 탄동새마을금고 등 일곱 개 금융기관으로부터 K오피스텔의 시행사 대표 김모씨와 부동산중개업자 3명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담보신탁 형식으로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4년 동안 김씨 등의 범행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신탁은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제도다. 김 대표는 신탁을 맡은 우리은행이 발급해준 수익권증서로 새마을금고로부터 205억 원을 대출받아 오피스텔을 지었다.
채권자인 새마을금고는 김 대표가 지난해 여름부터 원리금을 체납하자 대출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K오피스텔 162가구를 대상으로 공매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달 초부터 오피스텔 입주자 전원은 집을 비우라는 독촉을 받았다.
한 입주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 집에 대해 경매 절차 중단하라고 지시한 지난 18일 이후에도 독촉이 지속됐다”며 “월세사기 피해자는 어떤 구제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퇴거 안내합니다. 임차인께선 부당 이득 및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충청북도 음성군 두성리 K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김모 씨는 최근 새마을금고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김씨는 28일 “월세로 살고 있어 전국으로 번지는 전세사기와 관련이 없는 줄 알았다”며 “더욱이 계약 당시 집주인이 우리은행으로 돼 있어 사기 우려는 없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K오피스텔을 지은 S시행사 김모 대표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2019년 11월 우리은행과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맺었다. 쉽게 말해 우리은행이 김 대표로부터 일정 비율의 신탁 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오피스텔의 소유주가 된 것이다. 이후 김 대표는 우리은행이 발급해준 수익권증서로 탄동새마을금고 등 일곱 곳에서 205억원을 빌렸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이 오피스텔의 소유주라는 점을 부각해 “안전하다”며 세입자를 모았다. 김 대표는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면 보증금과 월세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보증금 약 8억 여원과 매달 8000만원 정도를 4년 간 받은 임대료 중 상당 금액을 갚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집 소유주인 우리은행,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의 동의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없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르기도 하는 등 금전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체납한 세금만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등 6000여만 원이다. 김 대표가 있는 S시행사는 과거 공사비 대금을 수차례 치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김 대표를 도왔고 새마을금고는 대출을 실행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통보한 상황이다. 방을 빼지 않으면 무단 점유 혐의로 법적 조치를 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보증금 우선변제 등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있다”며 “김 대표 임의로 한 계약은 성립 요건이 안돼 퇴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사기의 경우 정부 구제를 받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공매를 유예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월세사기의 경우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한 K오피스텔 세입자는 “정부가 요란하게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홍보하지만 은행들은 월세사기에 대해선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경찰은 김 대표와 공모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수사를 하고 있다. 계약상 문제가 있는 걸 알고도 묵인한 뒤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은 것아니냐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 대표는 “K오피스텔은 문제가 많다고 알려져있어 매물을 취급하지 않았다”며 “계약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에 동의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근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는 “위탁자가 임차인을 속인 경우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사회초년생들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신탁관계가 어떤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장강호/안정훈/김우섭 기자
월세사기 일당은 오피스텔 소유주인 우리은행을 속이고 보증금과 월세 수십억 원을 4년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약 200억원을 대출해 준 새마을금고 역시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충북 음성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 탄동새마을금고 등 일곱 개 금융기관으로부터 K오피스텔의 시행사 대표 김모씨와 부동산중개업자 3명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담보신탁 형식으로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4년 동안 김씨 등의 범행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신탁은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제도다. 김 대표는 신탁을 맡은 우리은행이 발급해준 수익권증서로 새마을금고로부터 205억 원을 대출받아 오피스텔을 지었다.
채권자인 새마을금고는 김 대표가 지난해 여름부터 원리금을 체납하자 대출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K오피스텔 162가구를 대상으로 공매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달 초부터 오피스텔 입주자 전원은 집을 비우라는 독촉을 받았다.
한 입주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 집에 대해 경매 절차 중단하라고 지시한 지난 18일 이후에도 독촉이 지속됐다”며 “월세사기 피해자는 어떤 구제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퇴거 안내합니다. 임차인께선 부당 이득 및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충청북도 음성군 두성리 K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김모 씨는 최근 새마을금고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김씨는 28일 “월세로 살고 있어 전국으로 번지는 전세사기와 관련이 없는 줄 알았다”며 “더욱이 계약 당시 집주인이 우리은행으로 돼 있어 사기 우려는 없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월세사기로 난리난 혁신도시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충북 음성군 충북혁신도시에서 수백 채 이상의 월세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전세사기가 아닌 대규모 월세사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 한 동 전체(162가구)의 입주민이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피해자 대부분은 공공기관에 다니는 20~40대 직장인이다. 보통 한 명당 500만~2000만 원 안팎의 보증금을 떼이게 된 것이다.이번 사건은 K오피스텔을 지은 S시행사 김모 대표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2019년 11월 우리은행과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맺었다. 쉽게 말해 우리은행이 김 대표로부터 일정 비율의 신탁 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오피스텔의 소유주가 된 것이다. 이후 김 대표는 우리은행이 발급해준 수익권증서로 탄동새마을금고 등 일곱 곳에서 205억원을 빌렸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이 오피스텔의 소유주라는 점을 부각해 “안전하다”며 세입자를 모았다. 김 대표는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면 보증금과 월세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보증금 약 8억 여원과 매달 8000만원 정도를 4년 간 받은 임대료 중 상당 금액을 갚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집 소유주인 우리은행,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의 동의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없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습 체납자에 대출해준 은행
월세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작년 여름부터다. 원리금에 해당하는 보증금과 임대료 일부 등을 새마을금고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을 떼일 위기에 있는 새마을금고는 결국 지난달부터 오피스텔 전체에 대해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새마을금고는 공매를 통해 자금 회수를 할 방침이다.은행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르기도 하는 등 금전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체납한 세금만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등 6000여만 원이다. 김 대표가 있는 S시행사는 과거 공사비 대금을 수차례 치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김 대표를 도왔고 새마을금고는 대출을 실행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통보한 상황이다. 방을 빼지 않으면 무단 점유 혐의로 법적 조치를 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보증금 우선변제 등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있다”며 “김 대표 임의로 한 계약은 성립 요건이 안돼 퇴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사기의 경우 정부 구제를 받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공매를 유예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월세사기의 경우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한 K오피스텔 세입자는 “정부가 요란하게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홍보하지만 은행들은 월세사기에 대해선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경찰은 김 대표와 공모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수사를 하고 있다. 계약상 문제가 있는 걸 알고도 묵인한 뒤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은 것아니냐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 대표는 “K오피스텔은 문제가 많다고 알려져있어 매물을 취급하지 않았다”며 “계약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에 동의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근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는 “위탁자가 임차인을 속인 경우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사회초년생들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신탁관계가 어떤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장강호/안정훈/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