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의 아성 뛰어넘겠다"…수학학원 강사의 대변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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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분필가루가 날리던 교실은 그야말로 옛 추억 속 장면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교육 현장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 애듀테크 회사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인데요.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은 최근 '에듀테크'에 집중하기 위해 사명을 바꿨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페이지콜의 최필준 대표를 만났습니다.
"사실 우리가 빛나는 회사는 되고 싶지 않아요. 기업간 거래(B2B) 회사의 숙명이죠. 뒤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우리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게 목표예요. 게임으로 치면 '힐러(서포터)' 같은 역할이죠. 교육 현장에서 힐러가 되고 싶어요."
최근 한경 긱스와 만난 최필준 페이지콜 대표(사진)는 수줍게 머리를 긁적였다. 누적 투자 유치액 62억원, 누적 사용시간 1억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3만5000여 명을 확보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직원들에게 "우리가 두드러지지 말자"고 말한다.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데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학생들과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솔루션을 교육 업체에 공급한다. 대교, 웅진씽크빅, 설탭, 튼튼영어, 콴다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스트롱벤처스,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끌림벤처스 등으로부터 자금도 조달했다. 올해 안에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열 계획이다.
원래 사명은 플링크였다. 페이지콜을 비롯해 비즈니스 회의에 특화된 솔루션들을 서비스했다. 처음 몇 년은 화상 강의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업들은 접고 지난달 사명을 바꿨다. '교육'에 방점을 찍고 집중하기 위해서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처음부터 창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시작은 평범했다. 졸업 후 경기 분당에서 중등 수학 학원 강사로 일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용인에서 한시간 반씩 대중교통을 타고 학원에 오는 학생이 있었다.
"동네에도 학원이 많을텐데, 왜 고생을 하냐고 물어봤죠. 이과를 갈 예정인데 자기 동네엔 질문을 받아줄 만한 선생님이 안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잘 몰랐어요. 그렇게나 차이가 심할 줄은요. 가만히 보니 정말 뿌리깊게 박힌 문제더라고요. 인터넷 강의도 그렇게나 많은데 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은 없었을까요? 기술로 해결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어느날 공대 출신의 한 대학 후배가 찾아왔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창업을 하고 싶은데 법인 설립부터 세금 문제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했다. 후배가 내민 최소기능제품(MVP)은 웹사이트 안에서 실시간으로 구동되는 온라인 화이트보드였다. 최 대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막연히 생각만 하던 아이템과 거의 일치했다. 후배와 의기투합해 함께 회사를 세워보기로 했다. 이 때도 최 대표는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후배는 공동 창업자인 박주렁 디렉터다.
그렇게 2015년 창업에 나섰지만 처음엔 성장이 더뎠다. 2017년 시드 투자를 받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의구심 가득한 질문을 건넸다. 그는 "당시엔 '줌' 같은 서비스도 국내엔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라며 "카톡 같은 서비스들이 있는데 왜 굳이 비대면으로 대화하는 기능을 아이템으로 고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는 하나의 '소나기' 같은 거죠. 잠시 오고 말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가 그치자마자 밖으로 몰려나갑니다. 하지만 다음에 올 비에 대비하는 사람들은 우산을 사죠. 페이지콜이 우산이에요.
교육은 결국 '정보 전달' 행위인데, 양질의 정보 공급자는 서울 등 특정 지역에 쏠려 있어요. 팬데믹 전까지는 인터넷 강의만으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막상 비대면 수업을 해 보니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 거예요. 사실 '실시간 소통' 기능만 강화해도 수업의 질이 확 올라갈 텐데, 그 전까지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대형 고객사들이 팬데믹이 끝나가고 있는데도 페이지콜 서비스 발주를 더 늘리고 있어요."
수요가 늘면서 회사도 성장하고 있다. 페이지콜을 활용해 수업이 이뤄진 시간은 2019년까지 1000만 분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1362만 분, 2021년엔 3464만분, 지난해엔 5935만 분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포스트팁스에도 선정됐다. 중기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를 졸업한 회사 중 일부를 선발해 성장을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3D 게임에선 유저들이 이동을 하고 공격하는 행위들이 매끄럽게 표현되잖아요. 데이터 동기화 기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위해 좋은 그래픽카드를 사는 것처럼, 데이터 동기화를 위해서도 높은 수준의 사양을 가진 디바이스들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쓰이는 저사양의 태블릿PC에서도 데이터 동기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페이지콜의 강점이죠."
이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높였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B2B SaaS 회사들은 고객사와 계약을 맺어도 막상 현장에서는 끊기고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업 초기 화상 강의 플랫폼을 운영했던 경험 덕분에 현장에서 겪는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교육 현장에 디지털 전환(DX)을 완벽하게 이뤄내는 게 회사의 목표다. 특히 2025년 디지털 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회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 스터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같은 페이지에서 같은 문제를 푸는 친구들끼리 모아 보여주고, 서로의 공부 시간을 확인하거나 응원 메세지를 보내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이제 분필가루가 날리던 교실은 옛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최근 한경 긱스와 만난 최필준 페이지콜 대표(사진)는 수줍게 머리를 긁적였다. 누적 투자 유치액 62억원, 누적 사용시간 1억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3만5000여 명을 확보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직원들에게 "우리가 두드러지지 말자"고 말한다.
페이지콜로 소통 효율화
페이지콜은 에듀테크(교육+기술) 특화 SaaS 플랫폼이다. 페이지콜을 이용하면 다수의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화면을 공유하며 글을 쓰거나, 채팅,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태블릿PC에 필기하는 내용이 동료 학생, 선생님들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온라인 화이트보드'인 셈이다. 또 수업 내용이 녹화·저장되고 선생님은 수업 자료를 페이지콜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줌'의 아성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다.가장 큰 장점은 소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데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학생들과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솔루션을 교육 업체에 공급한다. 대교, 웅진씽크빅, 설탭, 튼튼영어, 콴다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스트롱벤처스,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끌림벤처스 등으로부터 자금도 조달했다. 올해 안에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열 계획이다.
원래 사명은 플링크였다. 페이지콜을 비롯해 비즈니스 회의에 특화된 솔루션들을 서비스했다. 처음 몇 년은 화상 강의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업들은 접고 지난달 사명을 바꿨다. '교육'에 방점을 찍고 집중하기 위해서다.
학원강사 일하다 창업의 길로
최 대표가 '힐러'를 자처한 건 그의 성격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남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경영학도였던 그는 처음부터 창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시작은 평범했다. 졸업 후 경기 분당에서 중등 수학 학원 강사로 일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용인에서 한시간 반씩 대중교통을 타고 학원에 오는 학생이 있었다.
"동네에도 학원이 많을텐데, 왜 고생을 하냐고 물어봤죠. 이과를 갈 예정인데 자기 동네엔 질문을 받아줄 만한 선생님이 안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잘 몰랐어요. 그렇게나 차이가 심할 줄은요. 가만히 보니 정말 뿌리깊게 박힌 문제더라고요. 인터넷 강의도 그렇게나 많은데 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은 없었을까요? 기술로 해결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어느날 공대 출신의 한 대학 후배가 찾아왔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창업을 하고 싶은데 법인 설립부터 세금 문제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했다. 후배가 내민 최소기능제품(MVP)은 웹사이트 안에서 실시간으로 구동되는 온라인 화이트보드였다. 최 대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막연히 생각만 하던 아이템과 거의 일치했다. 후배와 의기투합해 함께 회사를 세워보기로 했다. 이 때도 최 대표는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후배는 공동 창업자인 박주렁 디렉터다.
그렇게 2015년 창업에 나섰지만 처음엔 성장이 더뎠다. 2017년 시드 투자를 받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의구심 가득한 질문을 건넸다. 그는 "당시엔 '줌' 같은 서비스도 국내엔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라며 "카톡 같은 서비스들이 있는데 왜 굳이 비대면으로 대화하는 기능을 아이템으로 고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팬데믹 날개 달고 '훨훨'
페이지콜을 성장 궤도에 올린 건 단연 팬데믹이었다. 비대면 바람이 불자 특히 교육계에서 수요가 확 늘었다."코로나19는 하나의 '소나기' 같은 거죠. 잠시 오고 말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가 그치자마자 밖으로 몰려나갑니다. 하지만 다음에 올 비에 대비하는 사람들은 우산을 사죠. 페이지콜이 우산이에요.
교육은 결국 '정보 전달' 행위인데, 양질의 정보 공급자는 서울 등 특정 지역에 쏠려 있어요. 팬데믹 전까지는 인터넷 강의만으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막상 비대면 수업을 해 보니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 거예요. 사실 '실시간 소통' 기능만 강화해도 수업의 질이 확 올라갈 텐데, 그 전까지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대형 고객사들이 팬데믹이 끝나가고 있는데도 페이지콜 서비스 발주를 더 늘리고 있어요."
수요가 늘면서 회사도 성장하고 있다. 페이지콜을 활용해 수업이 이뤄진 시간은 2019년까지 1000만 분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1362만 분, 2021년엔 3464만분, 지난해엔 5935만 분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포스트팁스에도 선정됐다. 중기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를 졸업한 회사 중 일부를 선발해 성장을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데이터 동기화'... "교육에 DX 붙일 것"
최 대표가 페이지콜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건 '데이터 동기화' 역량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태블릿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 그림을 그리고, 필기를 하고, 교재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행위들이 동시에 구현되는 식이다. 그는 이를 게임에 비유했다."3D 게임에선 유저들이 이동을 하고 공격하는 행위들이 매끄럽게 표현되잖아요. 데이터 동기화 기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위해 좋은 그래픽카드를 사는 것처럼, 데이터 동기화를 위해서도 높은 수준의 사양을 가진 디바이스들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쓰이는 저사양의 태블릿PC에서도 데이터 동기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페이지콜의 강점이죠."
이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높였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B2B SaaS 회사들은 고객사와 계약을 맺어도 막상 현장에서는 끊기고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업 초기 화상 강의 플랫폼을 운영했던 경험 덕분에 현장에서 겪는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교육 현장에 디지털 전환(DX)을 완벽하게 이뤄내는 게 회사의 목표다. 특히 2025년 디지털 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회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 스터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같은 페이지에서 같은 문제를 푸는 친구들끼리 모아 보여주고, 서로의 공부 시간을 확인하거나 응원 메세지를 보내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이제 분필가루가 날리던 교실은 옛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