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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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진한 실적을 거둔 LG생활건강에 대해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중국과 관계가 나빠져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정치적 리스크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LG생활건강의 주가는 60만원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4월 28일 기록한 고점(93만3000원)에 비하면 33%가량 줄어든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실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9% 감소한 7111억원이었다. 매출액도 11.2% 줄어든 7조1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조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익은 145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9% 줄었다. 시장 컨센서스(1582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시장 불투명해 실적 둔화할 것" vs "정치적 리스크 영향 제한적"

증권가에선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화장품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가 부담 및 고정비 상승으로 모든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중국 현지 화장품 매출이 17% 감소했고, 생활용품 부문의 수익성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점도 LG생활건강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신중론자들은 이 점을 지적한다. 음료 부문(코카콜라)을 제외한 화장품, 생활용품 매출의 절반은 해외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지표가 반등했지만, 화장품 수요는 아직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기저 효과로 인해 LG생활건강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도 "중국 화장품 수요가 살아나더라도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져 실적이 크게 개선되긴 쉽지 않다"며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화장품 시장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수려한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수려한 사진=LG생활건강
투자 비용이 발생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업종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는 LG생활건강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한국에 방문하는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방한하는 중국인 수가 매달 늘어나고 있고, 중국과 국내를 잇는 항공편 수가 2019년의 80%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면세점에서의 판매량이 늘어나 화장품 사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LG생활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과거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했을 때 오히려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드 문제가 불거졌던 2017년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 매출은 30% 넘게 늘었다"며 "양국 관계 악화와 한국 제품 불매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LG생건 "화장품 사업 키워 실적 회복하겠다"

LG생활건강은 브랜드력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숨·오휘 등을 필두로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인디 브랜드도 육성해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숨과 오휘는 신규 모델로 배우 수지와 손석구를 선택해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후는 젊은 아티스트를 후원해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7% 늘어난 7조5645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9.68% 증가한 7800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8344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18배로 경쟁사 아모레퍼시픽(30배)에 비해 낮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