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어떤 거 찾으세요?" "가격 한번 알아보고 가세요…"

지난 27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는 한적했다. 평일이지만 점심식사 후 손님들이 몰리는 오후 '피크 타임'이란 점을 감안하면 썰렁한 분위기였다.

찾아오는 손님이 적은 탓에 휴대폰 집단상가가 몰려있는 9층에 도착하자마자 상인들 시선이 일제히 기자에게 쏠렸을 정도다. "가격만 확인해 보라"고 권하는 호객 방식은 변함 없었지만,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때문인지 상인들의 기운 빠진 외침만 간간이 울렸다.

'휴대폰 성지' 통했지만 이용객 눈에 띄게 줄어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기자가 방문한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휴대폰 성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전반적 매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매장 곳곳에 각종 집기류만 남겨둔 채 폐점한 점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매장 여러 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공간이 텅 빈 곳도 있었다. 일부 점포 앞에는 '임대 문의'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층 전체를 둘러봐도 손님은 10팀 미만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보름 전 삼성전자 최신폰 갤럭시S23 시리즈 공시지원금 인상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있을 법도 했지만 손님들 발길은 뜸했다.

한산한 분위기 탓인지 상인들은 손님 맞이보다는 드라마, 뉴스를 시청하거나 아예 매장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고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영업을 해왔다는 한 50대 상인은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찾아오는 손님들(수)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장사하기 참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용산 전자상가, 국제전자센터와 함께 서울 3대 디지털 상가로 불렸지만 최근엔 이 같은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형편. 공실이 늘면서 지난해 말에는 서울 구로경찰서가 임시 거처로 입주하기도 했다.

서울 서남부 대표적 휴대폰 집단상가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이유는 온라인 판매 채널이 활성화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자급제 스마트폰 열풍이 이런 추세를 앞당겼다. 지난해 9월 국내 도입된 e심(eSIM)도 비대면·온라인 개통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에 밀리고 자급제에 치이고…변화 체감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휴대폰 유통업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온라인·인터넷 구매 비중은 2015년 12%에서 2020년 20%, 2021년 22%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과거 최대 구입 채널이었던 통신사 대리점의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34%에서 20%대로 급감하고 있다.

스마트폰 온라인 판매 채널이 급성장하면서 최근 통신사들도 온라인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1~2년새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모두 온라인으로 스마트폰을 주문하면 당일에 안방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앞다퉈 내놨다. 쿠팡·11번가·G마켓 등과 제조사까지 할인 및 사은품 등을 내세워 자체 홈페이지 판매에 적극 뛰어들면서 전통적 오프라인 판매 채널은 점차 밀려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한때 호황을 누렸던 휴대폰 판매점들은 코로나19와 자급제 열풍 등으로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판매점 외 통신사 직영 매장의 경우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소비패턴에 맞춰 단순 판매보다 특화 매장을 내거나 체험형 콘텐츠 마련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