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저지 전국간호조무사 대표자 연가투쟁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든 참가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저지 전국간호조무사 대표자 연가투쟁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든 참가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항의해 다음 달 4일 부분파업을 벌인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4일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 차원에서 부분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면 파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파업에 의료연대의 모든 단체가 다 같이 참여할 것인지 묻자 "그럴 예정이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는 사정상 유동성이 있을 수 있다. 의사나 간호조무사 단체는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서 파업할 것"이라며 "의협은 파업이 미치는 영향 때문에 신중히 접근했지만,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약소 직역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파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는 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참여해 간호법 제정안 등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분리한 것으로, 의협 등은 법안의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이 간호사들이 단독 개원하는 길을 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에 대한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법안이 최종적으로 제정되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재차 밝히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들 법안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내걸었던 재의요구권 행사의 요건에 부합하는 무리한 입법임이 자명하게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올바른 결단이 내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 함께 지난 27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모든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서는 약소 직역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간호종합대책도 간호사는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면서도 다른 소수 직역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책무 강화로 질 높은 간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체계적인 간호 정책 수립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간호법 제정안 국회 통과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어렵게 국회에서 통과된 법인 만큼,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사회적 논란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고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며 "이 경우 간호사들과 시민사회의 더 큰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