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퓰리처상 수상자의 오판…'빈곤의 원흉' 잘 못 짚었다 [책마을]
매튜 데스몬드는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수년 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하며 쓴 <쫓겨난 사람들>로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데스몬드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해서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사회 전체, 그중에서도 ‘가난하지 않은’ 대다수 시민한테 돌린다.

저자가 지목한 ‘빈곤의 원흉’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기업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한다. 은행은 대출과 신용 제한으로 가난한 채무자가 고리대금업계에서 돈을 빌리도록 내몰고 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은 빈곤층이 안전한 환경과 좋은 입지에서 살기 어렵게 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밑 빠진 독’에 비유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잘사는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필요한 개혁으로 ‘사회의식의 변화’를 꼽는다. 데스몬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가난한 사람들의 ‘적’으로 살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쇼핑, 주거, 투자, 기부 등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체 규범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제야 빈곤층이 다른 시민과 동등한 선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저자한테 빈곤은 선택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가 묘사하는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고,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며, 금리가 높은 대출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빈곤층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그동안 추진돼온 다양한 정책을 간과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이 원하면 공립학교가 아니라 사립학교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바우처 제도, 무보험자를 돕기 위해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 등 교육 및 의료 분야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선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지나간다.

대기업 노조를 활성화하면 노조 가입원끼리만 일자리를 독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개인 행태 분석도 부족하다. 빈곤층 개인의 선택에 의한 높은 학업 실패율과 마약 사용률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에 의한 빈곤>은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저서이지,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서는 아니다. 그래서 제안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하다. 저자는 빈곤 퇴치를 위한 자원은 풍부하며, 이를 더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빈곤이 많은 이유가 빈곤을 줄이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