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잇따라 회담을 열고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각각 논의했다. 반도체법과 관련해 양국 장관들은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한국형 원전 수출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법률분쟁에 대해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 이 장관과 러몬도 장관이 연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SCCD)를 통해 양국은 △반도체법 이행 과정에서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고 △대중국 수출통제와 관련해 반도체산업 지속력과 기술 업그레이드를 유지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며 △양국 간 반도체산업 협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인력 교류를 추진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법에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확장을 제한한 조항, 초과이익을 환수하고 경영상 기밀을 제공하도록 한 보조금 지급 조건 등이 포함돼 한국 기업들이 난색을 표명해왔다. 이번 공동선언문이 나오면서 향후 반도체법과 관련한 추가 논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얼마나 요구사항을 관철시킬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또한 ‘보다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한 만큼 추가 논의가 주목된다.

한·미 에너지 장관 회담 후 나온 공동발표문에는 관심이 쏠렸던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원전 기술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 원전 기업 간 법률적 다툼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지만 구체적 해결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웨스팅하우스가 민간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직접 해결 방안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방미 성과에서 반도체법, 원전 분쟁과 관련한 구체적인 해법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한국 기업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방향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한신/워싱턴=도병욱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