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산업생산이 반도체 부문의 ‘깜짝 반등’으로 큰 폭 증가했다. 다만 기저효과와 계약 일정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영향으로, 경기 부진 흐름이 전환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5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정부가 기대하는 올해 경기 ‘상저하고’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행지표 5개월째 하락…경기 '상저하고' 불투명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지수는 111.6(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1.6%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작년 3월(1.9%) 후 1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전산업 생산 증가는 제조업(5.7%)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5.1%)이 견인했다. 2020년 6월(6.5%) 후 33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35.1% 늘었다. 이는 2009년 1월(36.6%) 후 14년2개월 만에 최대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감소 흐름에 따른 기저효과와 계약 일정에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판단한다”며 “삼성전자가 최근 공식적으로 감산 계획을 밝히는 등 전반적인 반도체 생산 추세는 감소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3월 반도체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6.8%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3월 108.1(2020년=100)로 0.4% 상승했다. 소매 판매는 2월(5.2%)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었지만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는 줄면서 전월 대비 2.2%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올 2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다만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치(100)를 여전히 밑돌았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2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렸다. 작년 10월 보합을 기록한 후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올해 경기 ‘상저하고’ 전망이 경기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최근 들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1.5% 아래로 낮추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7일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9%에서 1.4%로 낮췄다. BoA는 반도체 한파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 회복세 둔화가 맞물리면서 성장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봤다. BNP파리바는 부동산 시장의 하방 위험을,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수출 부진의 장기화를 거론하며 같은 수준(1.4%)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주요 IB 여덟 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였다. 씨티는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치는 0.7%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무라는 역성장(-0.4%)을 전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기존의 성장률 전망(1.6%)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