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에 대한 부당성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5년 동안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을 옥좨온 세이프가드 조치가 완전히 종료됐다.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28일 정례회의에서 한·미 간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에 대해 한국 측 손을 들어준 패널보고서를 채택했다. 패널보고서 채택은 승소 확정을 의미한다.

한국은 2018년 5월 미국 측 세탁기 수입 규제의 부당성을 따지기 위해 WTO에 제소했다. 미국 정부는 2018년 2월부터 외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적용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완제품 기준 연간 120만 대 이상의 수입 제품에 최대 50% 관세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제품을 겨냥한 조치다. 이 규제는 2021년까지 3년 시행 후 올해 2월까지 2년 연장됐다.

미국 측 세이프가드는 용량 10㎏ 이상 대형 세탁기에 연간 120만 대까지는 20%의 관세를 매기지만 이를 넘기면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세탁기 부품 역시 5만 개를 넘기면 50%의 관세가 붙었다. 세이프가드는 해마다 관세율이 조정됐다.

이날 패널보고서 채택은 미국 측이 상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 WTO 제소 절차를 통해 지난해 2월 승소 판정을 받은 뒤 미국과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5년을 끈 세탁기 규제가 종료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관련 리스크를 완전히 털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무리하게 세이프가드를 남용하는 관행에서 유리한 판례를 확보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