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6% 가까이 하락한 국제 유가가 소폭 상승했다. 하락 폭이 과도했다고 느낀 투자자들이 반발 매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53달러(0.71%) 상승한 배럴당 74.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0.59달러(0.76%) 오른 78.28달러로 집계됐다.
침체 공포 둔화됐나…안정세 되찾은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는 이번 주 6%가량 하락한 뒤 소폭 반등하며 안정세를 되찾는 모양새다. 전날 4% 하락하며 낙폭 과대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침체 우려를 증폭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도 이날 10% 이상 반등하며 주식 시장에서 공황매도(패닉 셀)가 멈췄다.

원유 시장이 균형을 되찾았다는 러시아의 주장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석유수출국협의체(OPEC+)의 추가 감산 계획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원유 감산 조치를 올 연말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노박 부총리는 "이전 감산 계획이 효과를 보려면 5월은 되어야 한다"며 러시아 및 다른 국가의 감산 여파를 고려하면 시장이 균형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한 달간 총생산량의 5%인 하루 50만 배럴 감산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을 위한 감산 조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란과 미국의 충돌도 공급 전망을 악화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만해에서 마셜제도 국적의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해군 5함대는 “마셜제도 국적의 유조선 ‘어드밴티지 스위트’ 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고 밝혔다. 나포된 유조선은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이 취역한 뒤 텍사스 휴스턴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5함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어드밴티지 스위트호를 나포하는 과정에서 유조선은 이날 오후 1시 15분(현지시간)께 조난 신호를 발신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마셜제도 국적의 유조선이 오만만에서 이란 선박과 충돌했고 도주를 시도해 이란 해군이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대응했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심화하게 되면 원유 공급망에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양 보안회사 드라이어드의 먼로 앤더슨 파트너는 "이란이 미국에 일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이란의 주장과 달리 고의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 악재가 잇따랐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정제 마진이 축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정유 기업의 정제 마진이 크게 줄면서 원유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삭소은행의 올레 한슨 애널리스트는 "정유 기업 마진이 줄게 되면 원유 수요가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선 정제 마진이 진정될 때까지 유가 하락 위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