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19 이후, 뒷전이 된 인재육성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역 강국이 된 원인 중에는 우수한 인재도 한 몫 할 것이다.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일에 임해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우리 나라의 기업인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 하루 3끼 먹는 것이 어렵던
못사는 나라에서 먹고 사는데 걱정하지 없는 나라가 되었다. 유학을 가던 나라의 국민들이
유학을 오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큰 변화의 원동력은 인재였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연수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그룹은 없다. 대부분의 정부기관도 모두
연수원을 가지고 있다. 각 도와 시, 공기업, 은행도 독자적인 연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연수원은 교육과 휴양의 개념을 겸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대부분 연수원은 교통이 혼잡한 도심 한가운데 본사 건물이 아닌 경치가 좋은 산과 강 또는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인재 육성의 산실인 연수원은 기관과 기업 직원들의 직무 교육, 공통 가치 교육, 글로벌 교육
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경영자 교육, 핵심 직무 전문가 교육, 계층별 분야별 심층 교육을 통해
직무 전문성과 애사심을 고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연수원에서 진행되는 신입사원 입문
교육은 학생에서 직장인으로의 변화를 이끌고, 회사에 대한 애사심, 직장인으로서 마음가짐,
꿈과 열정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연수원 중심의 인재육성이 코로나19가 발병하며 전면 중지되거나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되어, 일일 5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연수원이 어느 순간 활용되지 못하고 비용만 먹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본사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회의실 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계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연수원을 저렴한 매물로 내놓았지만, 사려고 하는 기업이나 사람은 없다.

코로나19의 정책이 변화되었다. 병원을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었다. 이제 인원 통제를 하는 곳은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집합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 실시하는 기업들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정만 운영한다. 왜 그동안 하지 못한 인재육성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위기의 시절, 두가지 전략
호황일 때도 있지만 불황이 갑자기 찾아와 나갈 줄 모를 때도 있다.
불황이 지속되는 위기의 시기에 기업은 두가지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핵심 사업과 인재에 집중하고 불요불급한 사업과 이슈에 대해서는
유지 또는 감축하는 방안이다. 이 전략의 측면에서 보면 ‘전 인력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인재육성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의 전략은 여유가 있는 이 시점이야 말로 그동안 집중하지 못한 기존 사업과 관련된
정비를 하고, 인재육성에 역점을 두는 방안이다. 각종 제도와 매뉴얼을 정비하고, 설비와
기계를 정비하고, 회사의 중기 전략을 수립하고, 인재 육성을 통해 역량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이 전략이라면 연수원은 변화의 모태가 되어야 한다.

위기의 시대, 인재육성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인재육성을 한다는 것은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을 향상하여 직책과 직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회사가 지속성장하도록 하는데 있다. 역량 향상, 전문성 강화, 성과 창출, 회사 성장이 선순환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토대가 육성이다. 인재육성부서가 회사내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핵심부서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음 5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조직에 대한 육성이다. 육성의 대상은 회사 내 임직원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각 조직의
성장이 보다 중요하다. 특히 임원과 팀장과 같은 조직장은 회사와 각 조직이 성장하도록
학습을 강화해 가야 한다. 조직별 가치관 정립, 팀워크, 협업, 조직 학습 등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일을 통한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 육성의 방법으로 직무를 떠나 집합하여 교육을 받는
것은 10%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성과가 높은 육성의 방법은 일을 통한 육성이다.
일을 수행하며 하는 고민, 하나의 과제를 여러 명이 모여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개선 활동,
가르치는 시간, 직무 관련 제안, 전문가 미팅 및 직무 관련 독서, 직무 관련 자격증을 따는
일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일을 통한 육성이 70%이다. 나머지 상사와 선배, 동료로부터
지도를 받거나 조언, 코칭을 받아 깨달음을 얻는 것이 20%이다.

셋째, 진단을 통한 피드백도 매우 뛰어난 육성의 영역이다. 인재육성의 범위도 매우 넓게
살필 수 있다. 업무를 떠나 연수원에 모여 교재를 가지고 강사에 의해 강의를 듣던 방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보다는 조직과 개인에 대한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심층 진단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피드백해주는 방식도 육성의 큰 영역이다. 이러한 진단과 피드백을
조직문화의 측면까지 확장하여 인재육성부서가 담당할 수 있다. 인재육성부서가 개인에
대한 진단을 하여 피드백해 주는 고충상담과 카운셀링으로 역할을 넓힐 수 있다.

넷째, 교육 대상의 심층 분석이 요구된다. 내부 핵심인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현지채용 인력, 지원 인력, 이해 관계자 집단에 대한 육성도 중요하다.

다섯째, 회사의 미래 먹거리, 핵심 사업과 인재에 대한 심층 육성이다. A그룹의 대리급으로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대상으로 연구원에서 일정 기간 동안 미래 먹거리 제안을 하게 하는
제도, H그룹의 M&A 전문가 과정, S그룹의 지역전문가 제도, P그룹의 주재원 교육 등은
시사점이 많다.

일정 기간 동안 합숙으로 연수원에 집합하게 하여 강사에 의해 교재를 놓고 학습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재육성부서는 조직문화와 연계하여 조직과 개인을 진단하고 컨설팅 또는 카운셀링을 해줘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여 선제적으로 사업과 연계된 조직과 담당자를 변화하게 하거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주입식이 아닌 문제해결과 토론식의 실질적 육성이 되어야 한다. 육성의 측정이 평가에 의한 이해도와 설문에 따른 만족도가 아닌, 실제 사업과 직무에 영향을 주어 성과가 창출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인재육성 담당자가 전사적 관점을 지닌 전문성 높은 핵심인재여야 한다. 아무나 갈 수 있고, 2년 정도 쉬었다
가는 한직이 된다면 인재육성의 부활은 기대할 수 없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