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책 살짝만 꼬집어도 지통실에 '신호'…최전방 GOP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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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 맞아 '425고지 전투' 현장 찾아…여전히 팽팽한 긴장감
손에 잡힐듯한 군사분계선…초고해상도 카메라로 북한 동향 체크 지난 27일 낮 강원도 화천군 칠성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중동부 전선은 겨울 티를 벗고 소생한 초목으로 푸르러져 가고 있었다.
도시에서 동떨어진 공기가 상큼했지만, 이곳은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된 425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치열한 땅이다.
1953년 7월 20일, 정전협정을 일주일여 앞두고 벌어져 6·25전쟁의 마지막 승전으로 기록된 전투다.
국군은 화천발전소를 사수하고 휴전선을 38선으로부터 35㎞ 전방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불굴의 의지로 승리를 이끈 7사단 8연대 1중대장 고(故) 김한준 대위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태극무공훈장을 받고 2019년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2월의 6·25전쟁영웅'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흘렀어도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측 초소에는 붉은 인공기가 펄럭여 분단을 실감케 했다.
우리 군 7사단 장병들은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곳 최전방을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사수하고 있었다.
◇ 정전 70주년에도 팽팽한 긴장…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무장
군사분계선(MDL)까지 거리가 불과 1∼2㎞ 정도에 불과한 칠성전망대 앞으로는 3중 철책선이 설치돼 있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양쪽 군대는 2㎞씩 후퇴해 있어야 하나 북한이 1968년 협정을 어기고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철책을 설치했고 이후 우리 군도 철책을 전진 배치했다.
기자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철책은 촘촘한 광망 센서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살짝 철책을 꼬집었는데도 영상감시병들이 있는 지휘통제실 서버로 곧장 이상 신호가 전달됐다.
새나 오소리, 화천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이 철책을 건드려 포착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예민한' 감지 장비는 2016년 9월 29일 북한군 병사 1명이 MDL을 넘어 우리 군에 귀순할 때도 상황을 조기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감지력 못지않게 국군의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카메라 등 감시 장비도 맹활약하고 있었다.
최근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발생하자 당황한 북한군이 남측으로 전진해 금성천의 물을 길어 불을 끄려 했는데, 우리 군은 이를 즉시 포착해 돌아가라는 방송을 했다.
카메라의 해상도는 상상 이상이어서 북측 초소에서 한 북한군이 하급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구타하는 장면까지 시시각각 파악될 정도라고 한다.
군은 매일 광망 센서가 부착된 철책과 감시카메라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365일 24시간 과학화정비반을 가동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오류에도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첨단장비 움직이는 건 결국 장병들…"자부심이 곧 원동력"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상호 거리 1㎞ 이내에 있던 각자의 시범철수 대상 GP(감시초소) 11개 중 10개를 파괴했다.
이후 협의를 통해 나머지 GP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으며 GP는 다시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전선이 됐다.
7사단은 굴지의 방산기업들이 개발한 첨단장비의 도움을 받아 최전방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지만 장비를 운용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
지난 27일도 경계병들은 최신 방탄복을 입은 채 한시도 쉬지 않고 철책을 훑었고, 조를 나눠 24시간 GP를 지켰다.
시야 확보를 위해 봄여름이면 수목 제거 작업인 불모지 작전을, 겨울이면 제설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군은 초소 상황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에게도 방탄복과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게 했다.
단순한 '체험용'이 아니라 유사시 대비 목적이라는 설명에 DMZ는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 새삼 상기됐다.
10㎏이 넘는 방탄복을 입으니 4월치고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이렇게 매일 수집된 북측 동향은 화상회의와 고속상황전파체계, 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지휘부에 일사불란하게 전파된다고 한다.
경계병 김선일 상병은 "GOP(일반전초)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1%라는 자부심이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야간 등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밤낮과 휴일 없이 경계작전에만 전념하는 장병들을 믿고 안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휘통제실을 지키는 장병들은 북측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날카롭게 지켜보며 시시때때로 내려오는 긴박한 명령을 수행했다.
열상감지장비(TOD) 감시병인 이준민 상병은 "최전방에서 적을 최초로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영상감시병이라는 것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야간에 모두가 잠들 때 잠을 이겨내며 가족, 친구, 전우를 지킨다는 것이 보람"이라며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관측하고 보고해 완전작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손에 잡힐듯한 군사분계선…초고해상도 카메라로 북한 동향 체크 지난 27일 낮 강원도 화천군 칠성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중동부 전선은 겨울 티를 벗고 소생한 초목으로 푸르러져 가고 있었다.
도시에서 동떨어진 공기가 상큼했지만, 이곳은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된 425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치열한 땅이다.
1953년 7월 20일, 정전협정을 일주일여 앞두고 벌어져 6·25전쟁의 마지막 승전으로 기록된 전투다.
국군은 화천발전소를 사수하고 휴전선을 38선으로부터 35㎞ 전방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불굴의 의지로 승리를 이끈 7사단 8연대 1중대장 고(故) 김한준 대위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태극무공훈장을 받고 2019년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2월의 6·25전쟁영웅'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흘렀어도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측 초소에는 붉은 인공기가 펄럭여 분단을 실감케 했다.
우리 군 7사단 장병들은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곳 최전방을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사수하고 있었다.
◇ 정전 70주년에도 팽팽한 긴장…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무장
군사분계선(MDL)까지 거리가 불과 1∼2㎞ 정도에 불과한 칠성전망대 앞으로는 3중 철책선이 설치돼 있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양쪽 군대는 2㎞씩 후퇴해 있어야 하나 북한이 1968년 협정을 어기고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철책을 설치했고 이후 우리 군도 철책을 전진 배치했다.
기자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철책은 촘촘한 광망 센서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살짝 철책을 꼬집었는데도 영상감시병들이 있는 지휘통제실 서버로 곧장 이상 신호가 전달됐다.
새나 오소리, 화천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이 철책을 건드려 포착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예민한' 감지 장비는 2016년 9월 29일 북한군 병사 1명이 MDL을 넘어 우리 군에 귀순할 때도 상황을 조기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감지력 못지않게 국군의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카메라 등 감시 장비도 맹활약하고 있었다.
최근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발생하자 당황한 북한군이 남측으로 전진해 금성천의 물을 길어 불을 끄려 했는데, 우리 군은 이를 즉시 포착해 돌아가라는 방송을 했다.
카메라의 해상도는 상상 이상이어서 북측 초소에서 한 북한군이 하급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구타하는 장면까지 시시각각 파악될 정도라고 한다.
군은 매일 광망 센서가 부착된 철책과 감시카메라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365일 24시간 과학화정비반을 가동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오류에도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첨단장비 움직이는 건 결국 장병들…"자부심이 곧 원동력"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상호 거리 1㎞ 이내에 있던 각자의 시범철수 대상 GP(감시초소) 11개 중 10개를 파괴했다.
이후 협의를 통해 나머지 GP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으며 GP는 다시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전선이 됐다.
7사단은 굴지의 방산기업들이 개발한 첨단장비의 도움을 받아 최전방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지만 장비를 운용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
지난 27일도 경계병들은 최신 방탄복을 입은 채 한시도 쉬지 않고 철책을 훑었고, 조를 나눠 24시간 GP를 지켰다.
시야 확보를 위해 봄여름이면 수목 제거 작업인 불모지 작전을, 겨울이면 제설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군은 초소 상황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에게도 방탄복과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게 했다.
단순한 '체험용'이 아니라 유사시 대비 목적이라는 설명에 DMZ는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 새삼 상기됐다.
10㎏이 넘는 방탄복을 입으니 4월치고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이렇게 매일 수집된 북측 동향은 화상회의와 고속상황전파체계, 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지휘부에 일사불란하게 전파된다고 한다.
경계병 김선일 상병은 "GOP(일반전초)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1%라는 자부심이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야간 등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밤낮과 휴일 없이 경계작전에만 전념하는 장병들을 믿고 안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휘통제실을 지키는 장병들은 북측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날카롭게 지켜보며 시시때때로 내려오는 긴박한 명령을 수행했다.
열상감지장비(TOD) 감시병인 이준민 상병은 "최전방에서 적을 최초로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영상감시병이라는 것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야간에 모두가 잠들 때 잠을 이겨내며 가족, 친구, 전우를 지킨다는 것이 보람"이라며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관측하고 보고해 완전작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