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 감독은 '어린 이민자' 삶을 다큐처럼 그렸다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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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감독들의 작품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과 세계관이 담겨있다. 이는 탄탄한 팬덤을 만드는 기반이자 거장의 명성을 더욱 드높이는 동력이 된다.
영화 '로제타' '내일을 위한 시간' 등을 만든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 감독이 대표적이다. 형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 동생 뤽 다르덴 감독이 함께 만들어온 영화의 가장 큰 특성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가상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았지만, 한 편의 다큐처럼 현실을 담은 사실주의적 경향을 띤다. 그리고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의 변화를 촉구한다.
지난 27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토리와 로키타'엔 다르덴 형제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유럽으로 이민 온 아이들이 처한 극한의 상황을 그린다.
실제 어린 이민자들의 하루하루를 카메라에 담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전작들 못지않은 날카로운 시선과 통렬한 메시지도 돋보인다. '다르덴 형제' 영화 세계를 발전시키고 완성하는 또 다른 수작이다.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어린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다.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이민자 토리(파브로 실스)와 로키타(졸리 음분드)는 벨기에 체류증을 얻어 함께 살고자 한다. 하지만 이민자들인 이들에겐 그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보낼 돈도 마약 운반을 통해서나 벌 수 있고, 그렇게 번 돈조차 밀입국 브로커에게 모조리 빼앗기고 만다. 여성인 로키타는 이 과정에서 성착취까지 당한다. 그러다 체류증을 받는 게 더욱 어려워지자, 이들은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다르덴 형제는 토리와 로키타를 통해 어린 이민자들이 놓인 극한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들이 범죄의 온상에 노출되고, 인권은 전혀 존중받을 수 없는 상황을 다큐처럼 그려낸다.
특히 로키타가 공기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지하에 갇혀 지내는 장면에선, 보는 사람마저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불안과 공포가 스크린을 지배한다.
다르덴 형제의 촬영 스타일도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핸드헬드 기법(카메라를 한곳에 고정시키지 않고 직접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기법)으로 촬영하며 카메라를 두 인물에 최대한 밀착시킨다. 그리고 이들의 시선과 동선의 변화에 따라 카메라도 함께 따라 움직인다.
중간에 컷을 하지 않고 화면을 오래 찍는 롱테이크 기법도 전작과 동일하게 적용됐다. 두 인물 다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연기를 했지만, 롱테이크 안에 담긴 이들의 대화는 실제 이민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다만 결말의 완성도 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이를 향한 외침이 보다 정교하게 그려졌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거장의 손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명작임은 분명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