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스타트업 베끼기 '불신' 퍼지면 혁신 좌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술 혁신은 '그린필드 경쟁'
초기엔 누구든 뛰어들어야
대기업은 윤리 원칙 정립 필요
생성 AI가 만들 생태계 주목
효율 돕는 '숨은 고수' 나올 것
초기엔 누구든 뛰어들어야
대기업은 윤리 원칙 정립 필요
생성 AI가 만들 생태계 주목
효율 돕는 '숨은 고수' 나올 것
“불신이 퍼지면 이제 막 시작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마저 좌초될 수 있습니다.”
정치권으로 옮겨붙은 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올초부터 롯데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 아이디어 도용 문제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도 카카오헬스케어의 유사 서비스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 성남 카카오벤처스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번 불신이 생기면 앞으로 어떤 일이 나올 때마다 아이디어 도용으로 한데 묶어 보게 될 것”이라며 “어떤 문제를 푸느냐와 어떻게 푸느냐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독창성이 인정되고, 운영 방식이 너무 비슷하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특정 영역에 먼저 진입했다고 후발 주자에게 ‘베끼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초기 시장일수록 누구든 뛰어들어 경쟁해야 전체 산업 경쟁력도 올라간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네이버와 다음도 서로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면서 모바일 인터넷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회사마다 윤리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대기업은 ‘베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커온 만큼 신규사업 담당자가 다른 기업의 사업모델을 따라하는 게 당연하다시피 했다”며 “회사마다 윤리 원칙을 만들고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과 관련한 타이밍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기술 혁신은 ‘다 함께’ 만드는 게 아니라 ‘그린필드(초원) 경쟁’과 같다”며 “욕을 먹더라도 저기까지 빨리 가서 깃발을 꽂고 내 땅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이런 속도전에 둔감하다는 게 정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선점 같은 ‘아하’의 순간이 국내 대기업엔 없었다”며 “‘다 내가 해야 한다’는 기업문화가 있고 스타트업이 잘하는 것도 폄하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데이팅 앱 틴더가 어떻게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를 2조원에 인수했겠느냐”고 반문하며 “미국 기업은 내부에 없는 것은 사서라도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기업도 좋은 기업을 사들이며 혁신을 위한 속도전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주목할 기술 혁신으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낼 산업 생태계를 꼽았다. 그는 투자 관점에서 생성 AI를 △빅테크가 주도하는 기반 기술 영역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 영역 △이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영역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중간이 비어 있는데 2~3년 뒤면 데이터를 걸러내고, 비용 효율을 돕는 등 중간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숨은 고수들이 나올 것”이라며 가장 주목하는 투자처로 꼽았다.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정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스타트업마다 ‘죽음의 계곡’은 항상 온다”며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정답을 찾아내려는 집념을 놓지 않는 팀이어야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실패한 투자를 돌이켜보더라도 창업자가 빨리 포기한 경우”라며 “투자한 회사가 망했다고 투자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잘못 본 게 투자자로서의 실패”라고 덧붙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정치권으로 옮겨붙은 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올초부터 롯데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 아이디어 도용 문제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도 카카오헬스케어의 유사 서비스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 성남 카카오벤처스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번 불신이 생기면 앞으로 어떤 일이 나올 때마다 아이디어 도용으로 한데 묶어 보게 될 것”이라며 “어떤 문제를 푸느냐와 어떻게 푸느냐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독창성이 인정되고, 운영 방식이 너무 비슷하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특정 영역에 먼저 진입했다고 후발 주자에게 ‘베끼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초기 시장일수록 누구든 뛰어들어 경쟁해야 전체 산업 경쟁력도 올라간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네이버와 다음도 서로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면서 모바일 인터넷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회사마다 윤리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대기업은 ‘베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커온 만큼 신규사업 담당자가 다른 기업의 사업모델을 따라하는 게 당연하다시피 했다”며 “회사마다 윤리 원칙을 만들고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과 관련한 타이밍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기술 혁신은 ‘다 함께’ 만드는 게 아니라 ‘그린필드(초원) 경쟁’과 같다”며 “욕을 먹더라도 저기까지 빨리 가서 깃발을 꽂고 내 땅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이런 속도전에 둔감하다는 게 정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선점 같은 ‘아하’의 순간이 국내 대기업엔 없었다”며 “‘다 내가 해야 한다’는 기업문화가 있고 스타트업이 잘하는 것도 폄하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데이팅 앱 틴더가 어떻게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를 2조원에 인수했겠느냐”고 반문하며 “미국 기업은 내부에 없는 것은 사서라도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기업도 좋은 기업을 사들이며 혁신을 위한 속도전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주목할 기술 혁신으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낼 산업 생태계를 꼽았다. 그는 투자 관점에서 생성 AI를 △빅테크가 주도하는 기반 기술 영역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 영역 △이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영역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중간이 비어 있는데 2~3년 뒤면 데이터를 걸러내고, 비용 효율을 돕는 등 중간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숨은 고수들이 나올 것”이라며 가장 주목하는 투자처로 꼽았다.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정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스타트업마다 ‘죽음의 계곡’은 항상 온다”며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정답을 찾아내려는 집념을 놓지 않는 팀이어야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실패한 투자를 돌이켜보더라도 창업자가 빨리 포기한 경우”라며 “투자한 회사가 망했다고 투자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잘못 본 게 투자자로서의 실패”라고 덧붙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