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의 건강클리닉] 건강 장수를 위한 노동시간
오늘은 1886년 5월 1일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했던 역사를 메이데이 노동절로 기념하는 날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하루 8시간 주 48시간 근무시간에 대한 1호 권고를 채택했다. 그런데 100년도 넘게 지난 현재 한국에서 근로시간에 대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시간 근무는 현재도 만연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은 213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였으며, 2000~2015년에는 주 48시간 이상 근로하는 비율이 30.3%로 높아 과로사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도 2021년 기준 연 1915시간으로 OECD 5위이며 평균보다 199시간 길다. 전공의들의 경우 202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근로시간은 주 77.7시간이고,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52.0%나 된다.

[조정진의 건강클리닉] 건강 장수를 위한 노동시간
건강 영향 측면에서 장시간 근무시간의 기준은 주 55시간이다. 주 55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ILO가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6년 사이에 주 5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심장병 사망자는 42%, 뇌졸중 사망자는 19%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WHO는 2016년 한 해에 주 55시간 장시간 근무로 인한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74만5000명이라고 추정했다. 2021년 추가 연구에서는 주 49~54시간 일할 때도 주 35~40시간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1.13배 증가하기 시작하고, 주 55시간 이상 근무하면 1.35배까지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당뇨병이 허혈성 심질환을 1.47배 높이고, LDL 이상지질혈증은 1.74배 높이는 것에 근접하는 위험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표준 근무시간과 비교했을 때 장시간 근무는 불안증, 불면증, 위험 음주에도 영향을 준다. 또 유산 확률이 1.38배, 조산 1.21배, 저체중 출생 가능성이 1.43배나 높아진다. 사고 위험도 하루 12시간 근무할 경우 8시간 근무에 비해 2배나 높아진다.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주 55시간 미만으로 일해야 하고 좀 더 건강하려면 한국이 2011년 비준한 ILO 35호 권고대로 주 40시간까지 일해야 한다.

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