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프랑스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2위 경제국인 프랑스가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회적, 정치적 불안 상태에 놓여 있어 정부의 재정 개선 노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피치는 “정치적 교착 상태와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아젠다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나아가 더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나 이전 개혁 되돌리기 압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은 향후 마크롱 정부의 정국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기금의 고갈을 막아야 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년 올려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개혁안을 강행했다. 시민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즉각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의회에서는 야당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마크롱은 의회 표결 절차를 우회해 연금 개혁을 강행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해 연금 개혁안이 시작됐는데도 시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피치는 “집권 여당이 소수당인 정치 지형이 시민들의 반정부 여론과 맞물리면 결국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정책 후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금 개혁 외에도 고용 확대, 재정적자 감축, 학교 등 공공 서비스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마크롱 정부가 야당의 반발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치는 이날 신용등급 강등의 또 다른 배경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조항을 발동해 의회를 건너뛴 것을 지목했다. “급진주의자들과 반제도권 세력이 프랑스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우려다.

인플레이션, 재정지출 확대, 저성장 기조 등으로 인해 프랑스 재정적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7%에서 올해 5%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피치는 “프랑스 재정 환경은 경쟁국에 비해 취약하다”며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