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5월초 방한 추진…여름에서 크게 앞당겨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가 5월 초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양국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된다. 이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안건으로 오른 한·미·일 삼각공조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기시다 총리의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 오는 5월 7∼8일을 전후해 실현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다른 일본 주요 매체도 ‘기시다 총리가 5월 초 방한해 윤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고 올여름께에나 방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조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조기 방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 간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미국 의향이 조기 방한의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노력에 호응하기 위해 방한 시기를 당긴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실현되면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5년3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 방한이 된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어 양국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셔틀 외교가 복원된다는 의미도 있다. 셔틀 외교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간 합의에 따라 시작됐지만,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경제안보 분야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켰다. 한·일 양국의 수출 규제 갈등이 불거진 지 4년여 만이다. 앞서 한국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주된 내용으로 한 ‘한국형 확장억제책’을 발표한 만큼 일본의 NCG 참여 등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한 안보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한국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에도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측 요청에 응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