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3400억 수입…'2000원 통행료' 면제 실험 나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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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달 반 실험해보니…
통행료 면제 후 혼잡도·정체 증가
26년간 거둔 통행료 3400억원
시민의견 수렴해 연말께 결론
"면제차량 많아 통행료 효과 의문"
"승용차 이용 늘어 탄소감축 역행"
통행료 면제 후 혼잡도·정체 증가
26년간 거둔 통행료 3400억원
시민의견 수렴해 연말께 결론
"면제차량 많아 통행료 효과 의문"
"승용차 이용 늘어 탄소감축 역행"
“2000원을 깜빡했는데, 다음에 낼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 26년 동안 서울 남산 1·3호 터널 요금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시는 1996년 11월 11일부터 받아온 혼잡통행료를 없앨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올 3월 17일부터 두 달 동안 통행료 징수 면제 ‘실험’을 하고 있다.
1996년 혼잡통행료 도입 전에도 ‘터널 통행료’는 있었다. 1~3호 터널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30~120원(승용차는 60원)씩 거뒀다. 이 통행료는 1990년(2호 터널), 1994년(1·3호 터널) 각각 폐지됐다. 이때 받은 통행료는 25년간 208억원(1호 터널의 경우)으로 공사비 대부분을 회수한 규모였다.
1996년 11월 11일 시작된 혼잡통행료(평일 오전 7시~오후 9시 징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도입 성격부터 달랐다. “1998년까지 승용차 통행량의 20%를 줄이겠다”(조순 당시 서울시장)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활한 것이다. 당초 1000원으로 거론되던 통행료가 최종 2000원으로 결정되는 바람에 시민의 원성을 샀다. 도입 후 첫 1주일간 터널 통행량이 60%나 감소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서울시가 지난 26년간 1·3호 터널에서 거둔 통행료는 3400억원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평일 하루에 약 6000만원, 연간 150억원가량의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행료 도입 직후에는 터널 사용이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000원’의 가치가 떨어지고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터널 내 통행량은 증가해왔다. 저공해, 경차, 요일제 등 각종 이유로 요금을 면제해주는 대상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통행료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혼잡’ 통행료라면서 도심방향이 아니라 도심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에도 돈을 거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끊임없이 나왔다. 서울시가 이번 통행료 면제 실험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한 달 반 동안의 실험 결과 도심 통행량이 증가하고 통행 속도가 느려진 게 확인된 점도 부담이다. 김종민 서울시 교통수요관리팀장은 “통행량만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며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제도 등도 손질이 가능한지 살펴본 뒤 연말께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지난 26년 동안 서울 남산 1·3호 터널 요금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시는 1996년 11월 11일부터 받아온 혼잡통행료를 없앨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올 3월 17일부터 두 달 동안 통행료 징수 면제 ‘실험’을 하고 있다.
양방향 면제 후 도심 속도 느려져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방향 통행료 면제(3월 17일~4월 16일)와 양방향 통행료 면제(4월 17일 이후)를 적용해본 결과 터널 통행량이 증가했고, 우회도로(장충단로·소파길·소월로) 이용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 통행량은 면제 전 하루 7만5619대에서 양방향 면제 후 8만5464대로 13% 늘었다. 도심 통행 속도도 느려졌다. 평균 시속 18.2㎞이던 도심 전체(종로·을지로·퇴계로·세종대로·대학로 등) 차량 속도가 강남방향 면제 기간엔 17.9㎞(1.6% 하락), 양방향 면제 기간엔 17.4㎞(4.4% 하락)로 떨어졌다. 이 중 터널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구간(삼일대로~1호터널~한남대로, 소공로~3호터널~녹사평대로) 속도는 평소에는 27.8㎞였으나 강남방향 면제 시 26.6㎞(4.3% 하락), 양방향 면제 시 25.0㎞(10% 하락)로 눈에 띄게 둔해졌다.서울시, 26년간 3400억원 수입
남산터널은 1968년 북한 공작원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사건 여파로 건설이 추진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북한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에는 도로로, 비상시에는 대피소로 쓸 수 있는 남산 터널 공사를 지시했다. 1970년에는 1·2호 터널, 1978년에는 3호 터널이 뚫렸다.1996년 혼잡통행료 도입 전에도 ‘터널 통행료’는 있었다. 1~3호 터널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30~120원(승용차는 60원)씩 거뒀다. 이 통행료는 1990년(2호 터널), 1994년(1·3호 터널) 각각 폐지됐다. 이때 받은 통행료는 25년간 208억원(1호 터널의 경우)으로 공사비 대부분을 회수한 규모였다.
1996년 11월 11일 시작된 혼잡통행료(평일 오전 7시~오후 9시 징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도입 성격부터 달랐다. “1998년까지 승용차 통행량의 20%를 줄이겠다”(조순 당시 서울시장)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활한 것이다. 당초 1000원으로 거론되던 통행료가 최종 2000원으로 결정되는 바람에 시민의 원성을 샀다. 도입 후 첫 1주일간 터널 통행량이 60%나 감소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서울시가 지난 26년간 1·3호 터널에서 거둔 통행료는 3400억원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평일 하루에 약 6000만원, 연간 150억원가량의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행료 도입 직후에는 터널 사용이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000원’의 가치가 떨어지고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터널 내 통행량은 증가해왔다. 저공해, 경차, 요일제 등 각종 이유로 요금을 면제해주는 대상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통행료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혼잡’ 통행료라면서 도심방향이 아니라 도심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에도 돈을 거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끊임없이 나왔다. 서울시가 이번 통행료 면제 실험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통행료 폐지’ 탄소 감축 역행 지적도
통행료 폐지 반대 의견도 있다.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방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역량을 강화해도 모자랄 상황에 승용차 이용을 장려하는 결정이 맞냐는 것이다.지난 한 달 반 동안의 실험 결과 도심 통행량이 증가하고 통행 속도가 느려진 게 확인된 점도 부담이다. 김종민 서울시 교통수요관리팀장은 “통행량만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며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제도 등도 손질이 가능한지 살펴본 뒤 연말께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