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과속'이 부른 촌극…"전기 더 쓰면 요금 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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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거래소, 신재생 과잉 '고육책'
文정부서 신재생 설비 두 배 확장
과도한 전력생산에 정전 등 우려
과잉 공급 시간대에 전기 쓰면
세금으로 인센티브 지급 비판도
한전 "전기료 인상 부를 것" 난색
文정부서 신재생 설비 두 배 확장
과도한 전력생산에 정전 등 우려
과잉 공급 시간대에 전기 쓰면
세금으로 인센티브 지급 비판도
한전 "전기료 인상 부를 것" 난색
전력거래소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할 때 남아도는 전기를 쓰면 돈을 주는 ‘전기 사용 인센티브’ 제도를 제주도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전사들에 공지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태양광, 풍력 등 날씨과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 설비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전력망이 불안정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요를 무시한 채 신재생 설비를 너무 빨리 늘리는 바람에 빚어진 ‘촌극’이란 지적이 나온다.
플러스DR은 신재생 발전량이 과도하게 많아질 때 전력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사전 등록한 전기 수요자에게 신재생 발전이 과도해 출력제어(강제 발전 중단)가 우려되는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전기 수요자들이 실제 전기 사용을 늘리면 해당 시간 전기료를 약 70%까지 되돌려 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서다. 전력망은 늘 일정한 전압이 유지돼야 한다. 전기가 부족할 때뿐 아니라 갑자기 발전량이 늘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면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태양광, 풍력 등 계절이나 날씨, 낮밤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 설비가 급격히 늘면서 전력망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발전설비 중 신재생 비중은 2012년 말만 해도 5.0%에 불과했지만 올해 2월 말 기준으론 20.7%로 높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 확대를 추진하면서 2018년 말 11.3%였던 신재생 설비 비중은 5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지역별로는 호남의 신재생에너지 ‘과잉’ 현상이 뚜렷하다. 현재 전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36%가 호남에서 나온다. 영남도 15.8%에 달한다. 두 지역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출력제어를 하거나 새로운 전력수요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출력제어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출력제어 일수는 제주도에서만 2017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5년6개월 중 299일에 달했다. 출력제어에 따른 보상 논란도 커지고 있다.
남는 전기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송전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송전망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의 반대가 크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가 전기수요를 늘리기 위해 플러스DR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꺼낸 배경이다. 전력거래소는 철강·시멘트공장 등이 많은 호남과 영남에서 플러스DR 제도를 운영하면 남는 전기를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러스DR은 제주도에서 2021년 3월부터 시행됐지만 제주도엔 공장이 부족해 전기 사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국전력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공지한 플러스DR 확대 방안엔 이 제도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보상 주체를 신재생 발전사에서 한전으로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플러스DR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제주도에선 신재생 발전사업자가 전기 사용을 늘린 수요자에게 보상을 해주는데 내륙지역에선 보상 주체를 한전으로 바꿔 발전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전 측은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 현상이 있기 때문에 플러스DR 확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플러스DR 발령 시 추가 발전으로 이익을 보는 발전 사업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한전이 신재생 발전에 따른 보상까지 떠안을 경우 적자폭이 커지고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한전 또한 이 제도를 통해 값싼 에너지(신재생 및 원전)을 통해 전력을 구입할 수 있으므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신재생 전기’ 쓰면 요금 보상
전력거래소는 지난 25일 ‘플러스DR(수요반응·Demand Response)’ 제도를 제주도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전력사업자 등에 공지했다. 오는 6월 전에 규칙개정위원회를 열어 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플러스DR은 신재생 발전량이 과도하게 많아질 때 전력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사전 등록한 전기 수요자에게 신재생 발전이 과도해 출력제어(강제 발전 중단)가 우려되는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전기 수요자들이 실제 전기 사용을 늘리면 해당 시간 전기료를 약 70%까지 되돌려 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서다. 전력망은 늘 일정한 전압이 유지돼야 한다. 전기가 부족할 때뿐 아니라 갑자기 발전량이 늘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면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태양광, 풍력 등 계절이나 날씨, 낮밤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 설비가 급격히 늘면서 전력망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발전설비 중 신재생 비중은 2012년 말만 해도 5.0%에 불과했지만 올해 2월 말 기준으론 20.7%로 높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 확대를 추진하면서 2018년 말 11.3%였던 신재생 설비 비중은 5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지역별로는 호남의 신재생에너지 ‘과잉’ 현상이 뚜렷하다. 현재 전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36%가 호남에서 나온다. 영남도 15.8%에 달한다. 두 지역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출력제어를 하거나 새로운 전력수요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출력제어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출력제어 일수는 제주도에서만 2017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5년6개월 중 299일에 달했다. 출력제어에 따른 보상 논란도 커지고 있다.
남는 전기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송전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송전망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의 반대가 크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가 전기수요를 늘리기 위해 플러스DR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꺼낸 배경이다. 전력거래소는 철강·시멘트공장 등이 많은 호남과 영남에서 플러스DR 제도를 운영하면 남는 전기를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러스DR은 제주도에서 2021년 3월부터 시행됐지만 제주도엔 공장이 부족해 전기 사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전 “전기요금 인상 요인”
전력업계에선 플러스DR에 대해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면 돈을 주는 코미디 같은 제도”라는 반응도 나온다. 신재생 출력제어가 너무 잦아지면서 꺼내든 고육책이긴 하지만 발전설비를 과도하게 늘린 ‘과속 비용’이라는 것이다.한국전력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공지한 플러스DR 확대 방안엔 이 제도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보상 주체를 신재생 발전사에서 한전으로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플러스DR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제주도에선 신재생 발전사업자가 전기 사용을 늘린 수요자에게 보상을 해주는데 내륙지역에선 보상 주체를 한전으로 바꿔 발전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전 측은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 현상이 있기 때문에 플러스DR 확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플러스DR 발령 시 추가 발전으로 이익을 보는 발전 사업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한전이 신재생 발전에 따른 보상까지 떠안을 경우 적자폭이 커지고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한전 또한 이 제도를 통해 값싼 에너지(신재생 및 원전)을 통해 전력을 구입할 수 있으므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