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사라진, 밝은 맥베스…비극인데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리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립오페라단 '맥베스'
임세경·박종민 등 가창력 일품
어두운 원작과 달리 밝은 느낌
괴리감 느껴져 극 몰입 방해
임세경·박종민 등 가창력 일품
어두운 원작과 달리 밝은 느낌
괴리감 느껴져 극 몰입 방해
![그늘이 사라진, 밝은 맥베스…비극인데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리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A.33318570.1.jpg)
필자는 A캐스팅이 출연한 토요일(4월 29일) 공연을 봤다. 전주곡이 흐르는 동안 막이 열리자 사뭇 인상적인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무대 중앙에 사람의 눈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구조물이 서 있었고, 그 눈동자로부터 세 명의 무용수가 걸어 나와 마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구조물과 그 앞의 평면은 ‘초자연계와 물질계를 이분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고, 극중 등장인물들은 상황에 따라 그 경계를 넘나들며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일단 음악적인 면에서는 만족감이 컸다. 가장 돋보인 가수는 맥베스 부인 역의 임세경이었다.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탁 트인 음색으로 경이로운 성량을 뿜어내는 그의 장쾌한 가창은 벨칸토 오페라 고유의 선율적 쾌감을 만끽하게 해줬다. 맥베스 역의 양준모도 훌륭했다. 그의 중후하고 깊이 있는 가창과 연기는 극의 진행에 따라 변화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맥베스가 비극적 회한을 표출하는 4막 아리아에서 들려준 절창은 특기할 만했다.
방코 역의 박종민도 특별했다. 누구보다 풍부한 성량을 장비하고 있으면서도 1막에서는 자제하며 다른 배역들과 균형을 맞추다가 2막, 단 한 번의 아리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산화했다.
나아가 ‘운명론’에 입각한 연출상의 설정 또한 ‘욕망에 의한 파멸’이라는 더욱 구체적인 주제 의식을 다분히 희석해 비극적 임팩트를 약화한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