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 미추홀구의 ‘건축왕’ 일당뿐 아니라 다른 지역 전세사기범들에게도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대출인이 허위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례를 중심으로 이들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불법을 공모한 것으로 확인되면 곧바로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 차원에서 저지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간접적인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인천경찰청은 앞서 38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남모씨(61) 등 일당 61명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수백 채를 샀을 경우 보증금 미반환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투자했다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전세사기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경기가 좋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그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보다는 그럴 능력이 있었는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기준 전세사기 764건을 수사해 2251명을 검거하고 211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현재 470건 피의자 1791명을 수사 중이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