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측이 주식시장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 라덕연 H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다고 1일 밝혔다. “라 대표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라 대표 등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번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주성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은 이날 “라 대표가 사실과 다른 정보들을 방송과 언론 등에 얘기하고 다니면서 다우키움그룹의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내일(2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라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 부사장은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더니 허위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퍼지고 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라 대표가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게 김 회장 측 판단이다.

라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회장 등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 뒤 곧바로 남부지방검찰청과 금융감독원에 가 조사를 먼저 받겠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진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의 주식 매각을 거론하며 “일련의 하락으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우회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라 대표는 김 회장을 이번 폭락 사태의 배후로 거론하는 구체적 증거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라 대표는 “내가 잘못한 불법 일임 부분은 인정하는 대신 내가 가진 의혹에 대해 검찰·금감원에 진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 부사장은 “라 대표가 아무런 구체적인 물증 없이 언론 등을 통해 김 회장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몰아가고 있다”며 “김 회장은 라 대표를 알지 못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목적으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차액결제거래(CFD)의 반대매매 등으로 시작된 지난달 24일 무더기 주식 하한가 사태 발생 전 다우데이터 지분 3.65%(140만 주)를 블록딜로 팔았다. 한 증권사 대표는 “이번 주가 조작 대상이 된 여덟 개 종목의 주가가 장기간 오르는 과정에 김 회장처럼 보유 주식을 매각한 사례가 여러 건”이라며 “라 대표가 주가조작 과정에 손실을 봤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섭/조진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