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1일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최고위원은 ‘자진 사퇴설’을 일축했고, 태 최고위원은 자신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에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두 최고위원 모두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당의 명예를 실추했다(윤리규칙 제4조)’는 것이 징계 이유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글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윤리위는 오는 8일 2차 회의에서 당사자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태 최고위원의 김구 선생 관련 발언은 징계 사유에서 제외했다. 황 위원장은 “역사 해석의 문제고 당헌·당규 위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종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윤리위 회의 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복귀했다. 지난달 4일 한 달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28일 만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원, 지지자 여러분, 국민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회의를 마친 뒤 자진사퇴 의향을 묻는 말에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김 최고위원을 두고 ‘당원권 1년 징계’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김 최고위원이 스스로 사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이 자진사퇴를 일축하면서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한·미동맹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초석이 됐다는 것에 보수와 진보,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