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과연봉제는 호봉제보다 불리...근로자 동의 필요"
대학이 소속 교수(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전대 교수 A씨 등 10명이 학교법인 A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하고 원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의 발단은 대전대가 2007년 기존 호봉제 대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다. 이전에는 공무원보수규정을 준용해 호봉에 따라 승급하는 형식이었다.

결국 2017년, 교수들은 "2014년부터 성과 연봉제 도입으로 받지 못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 소멸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3년 치 임금 부족분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였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이뤄진 노조의 동의나 근로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집단적 동의 절차를 요구한다.

대학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임금이 종전보다 감소하는 게 아니므로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고 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 없는 예외 사유라고도 주장했다.

대학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교수들이 있다"며 "성과 향상 및 업무개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능력과 성과가 반영된 보수체계로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심 재판부는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교수들이 안정적, 단계적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이익을 상실하게 됐고, 대학의 업적 평가 권한이 강화되면서 교원 지위의 안정성이 감소했으므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이 자의적으로 기본급이나 기본연봉 인상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할 여지가 더욱 커진다"며 "교수들의 기본급이나 기본연봉 인상 여부나 범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현저하게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금은 근로자 생활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 취업규칙 변경으로 장기적으로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면 근로자의 불이익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학교 당국의 소속 교원에 대한 업적 평가 권한이 강화돼 교원의 지위가 열악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측이 '직원 노조'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임금 협약을 체결했다"며 "굳이 (교수들을 상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하면서 교수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대학교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